자손 48명 남기고 떠난 튀니지 여성의 ‘용기와 결단’의 93년 생애

2021년 10월 10일 생애 마지막 생일에 여섯 딸과 함께 찍은 사진(왼쪽 세번째가 살루하 여사).

꼭 1년 전 아시아기자협회(AJA) 왓츠앱 단체방에는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인 하비브 토우미 기자 어머니 살루하 여사가 별세한 소식과 함께 이를 애도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살루하 여사는 1929년 10월 튀니지의 해안도시 모나스티르에서 태어나 93년이란 생애 동안 시련과 도전을 극복하는 용기를 가족과 이웃에게 남기고 2022년 1월 20일 저녁 눈을 감았다.

만년의 살루하 여사

살루하의 유년시절, 모국 튀니지가 프랑스의 식민지로, 또 북아프리카 지역이 제2차세계대전의 전쟁터가 되면서 그녀는 초등학교 문턱조차 들어설 수 없었다. 대신 살루하는 부모님에게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한편 숫자 세는 법 등 산수를 익혔니다.

비록 정규교육을 못 받았지만, 훗날 자녀들을 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자신이 아이들에게 선생님만큼 훌륭하게 가르칠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또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살루하 여사와 손녀 마리암(오른쪽)

살루하는 용기와 회복력, 동정심, 엄중함을 유지하며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그녀는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늘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해줬다. 그녀는 특히 자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우체국장인 남편 파라즈 토우미(1920~2005)의 봉급으로 집안 살림과 아이들 교육을 시키기에 빠듯하기만 했다. 그녀는 자녀들이 학업을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삯바느질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생계를 보탰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에게 종종 유럽에서 나오는 잡지를 사주며 새로운 디자인을 배우도록 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계속하곤 했다.

살루하 여사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그녀는 젊어서부터 생계에 보태기 위해 삯바느질을 해야 했다. 

살루하가 하는 일은 벌이가 괜찮은 편이어서 저축도 하면서 넓은 정원에서 가꾼 채소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었다. 살루하는 2남6녀 8남매를 두었다. 그녀는 뚜렷한 가치관과 원칙을 갖고 양육했다. 그녀는 특히 자녀들의 도덕적 태도에 단호했고 일탈을 일체 용납하지 않았다.

40대 초반의 살루하(1962년 사진)

그녀는 “나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삶이 얼마나 가혹한지 뼈져리게 느꼈다”며 자녀들에게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곤 했다.

그녀는 또한 존경과 연민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 줄 강조하곤 했다. 

그녀는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이사하는 곳마다 이웃들의 칭송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이웃들은 극진히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보물같은 존재였다.

살루하 여사와 손자 아나스(왼쪽)

살루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과 소통해야 한다”며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는 다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만 충실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 채 공동체에 다가가기를 거부한다면 어떤 결과나 나타날지 생각만 해도 고통”이라며 “하나님은 우리가 남들과 조화롭게 살도록 하셨지,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도록 만들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유로 이런 얘기를 손자들에게 즐겨 들려주었으며 그들은 할머니로부터 이야기 듣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녀는 특히 손자들에게 “발이 닿은 곳이면 어디든 여행을 떠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녀의 돈에 대한 생각을 자손들은 깊이 새기고 있다고 한다. “돈은 인생을 더 풍부하고 보람 있게 만드는 데 필요하지 은행에 쌓아두기 위한 게 결코 아니다.”

숨지기 5년 전인 2017년, 살루하 여사는 세월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 일정을 점점 줄여나가야 했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아흔살 가까운 나이를 이겨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의지해 요양사나 가족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일련의 노년의 일들은 그녀에게 가혹한 벌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 자녀와 손자들 그리고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다 평안하게 눈을 감았다. 꼭 1년 전인 2022년 1월 20일 오후 6시였다.

살루하 여사는 1929년 10월 10일 튀니지 모나스티르에서 태어나 2022년 1월 20일 2005년 먼저 간 남편 곁으로 떠났다. 살루하 여사는 1948년 결혼한 파라즈 토우미와 사이에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인 하비브 토우미를 비롯한 아들 2, 딸 6의 자녀와, 22명의 손자·손녀, 그리고 18명의 증손자녀 등 모두 48명의 자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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