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환골탈태 하고 있나?”…최해규 선생 독립운동 민원처리 20년 ‘다람쥐 쳇바퀴’

최해규 선생(1882~1958년) 

1.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우편을 통해 제출하신 민원(2021.2.5.)에 대해 검토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2. 귀하의 민원은 ‘부친 최해규 선생의 독립유공자 공적 재심사 요청’에 관한 내용으로 이해됩니다.
3. 최해규 선생은 1919년 경북 대구에서 송두환 등과 함께 임시정부 후원단체를 조직하기로 하고 동지를 포섭하는 한편, 중국 봉천에서 권총과 실탄을 구입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으나, ‘활동 이후의 행적 불분명’의 사유로 2019년 순국선열의 날 계기 공적심사에서 보류되었음을 공문(공훈발굴과-9217, 2019.11.6.)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4. 이번에 귀하께서 제출하신 소명서를 공적심사에 반영하고 면밀한 검토와 자료 재조사를 거쳐 최해규 선생을 2021년 순국선열의 날 계기 공적심사에 부의하고 심사결과를 2021년 11월경 공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5. 이밖에 궁금하신 점은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담당 정명희 학예연구사, 044-202-5489)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국가보훈처가 2021년 2월 9일 경기도 고양시 최만식(87)씨에게 보낸 민원회신 공문이다. 최씨는 부친 최해규 선생(1882~1958년)의 독립유공자 공적 심사 요청을 20년 가까이 계속 해오고 있다. 당시 민원회신은 정명희 연구사, 조철행 연구관과 이제복 공훈발굴과 과장 명의로 발송됐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2019년 2월 26일자 최만식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민원회신을 발송했다.

1.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국가보훈처에 제출하신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드립니다.
2. 귀하의 민원 취지는 최해규 선생의 독립유공자 공적재심사 요청으로 이해됩니다.
3. 최해규 선생은 2019년 11월 순국선열의 날 계기 심사에 부의하여 자료를 면밀히 조사·검토한 후 심사결과를 2019년 11월 중순 경 안내드리겠습니다.
4. 민원 회신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은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담당 류동연 학예연구사, 044-202-5483)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눈 맑고 밝은 독자들은 2021년 보훈처 회신과 2019년 회신이 달라진 게 없는 걸 발견할 것이다.

여기서 부친 최해규 선생의 독립운동 심사 요청을 제기한 아들 최만식씨가 2019년 보훈처에 제출한 민원의 한 대목을 본다.

최해규 선생 아들 최만식씨가 보훈처에 제출한 민원 서류 초안

(전략) 귀하의 회신(2019.2.26.)에 의하여 인지한 독립유공자 공적심사가 보다 성의있는 관심과 검토가 있을 것으로 예견됩니다. 요즈음 도하 신문지상이나 방송매체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보훈처장의 국회 질의응답을 보노라면 탄식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손혜원 의원의 부친 유공자 서훈에 대한 건으로 촉발된 유공자 서훈 타당성 여부보다 제도의 투명성과 집행의 공정성이 이슈가 되고 있음을 눈과 귀가 아프게 보도 듣는 현실입니다. 더구나 피우진 처장의 해명으로 알게 된 사항이지만 심의방법에 변경이 있어 설명차 손혜원 의원과 수차례 면담을 하였다는 언급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족의 자주와 생존, 자유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신 수많은 어르신들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예우를 마련코자 보훈서훈법이라면 새로운 개념의 심사 방법과 내용을 공개함이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특정한 한 인물에게 그것도 흠결이 있어 조야에서 재고를 해야 한다는 사람에게만 방문 설명을 하였다는 게 과연 대한민국 정부가 맞습니까?(하략)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훈부로 승격해 장관 겸 국무위원을 맡고 있는 국가보훈부 제2대 강정애 장관은 2023년 12월 26일 아래와 같이 취임사를 통해 자신과 보훈부의 정책 방향과 책무를 밝혔다.

“보훈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사활적 가치이며 보훈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여러분께서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지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국가보훈부 직원 여러분! 62년의 역사를 가진 보훈과, 그 속에서 지금까지 잘해오신 여러분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은 공급자인 보훈부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가유공자와 국민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합니다.

둘째, ‘보훈부는 왜 승격되었을까?’, ‘국민들은 보훈부에 무엇을 바랄까?’, ‘보훈부는 변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고, 어떤 변화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셋째, 조직, 인원과 같은 하드웨어의 변화와 동시에 보훈정책, 제도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변화로, 바뀌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넷째, 보훈정책을 실행하고 세금 6조 4천억원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보훈부 공직자의 역량과 전문성은 매우 중요하기에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 합니다.

저 또한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네 가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앞장서 노력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수많은 공무원, 관계자와 협의해 합의를 이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장관으로서 열린 마음으로 직원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전문성을 존중할 것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다면 과감하게 채택하겠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보훈업무에 애정이 있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직원 여러분과 함께 저에게 주어진 국가보훈부 장관의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보훈이 과거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보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적 근간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견인하는 핵심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원더풀한 국가보훈부를 만들어 나갑시다. 저와 함께 국가보훈부라는 배의 담대한 여정을 시작해 볼까요?”

<아시아엔>은 최해규 선생의 독립운동 심사 및 선정 과정에서 보훈처(부)의 문제점과 대안을 몇 차례 시리즈로 제시할 계획이다. 독자들의 관심과 의견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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