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연합뉴스 신임사장의 조건

연합뉴스사 어제와 오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6일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가 정식 구성되면서 차기 연합뉴스 사장 선출이 임박해오고 있다. 이사 추천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대립으로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출이 연쇄 지연된 것은 차후 제도 개선을 통해 재발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간통신사라는 공식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연간 3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연합뉴스의 역할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신사로서 신문·방송 등 언론사는 물론 정부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등에 기사를 공급한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기관’은 600여명의 기자와 전국 13개 본부가 국내 뉴스 및 일부 외신을 커버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25개국, 33개 지역에 60여명의 특파원을 파견해 국제뉴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 세계 77개국 89개 주요매체와 제휴를 맺어 기사 및 사진을 공급받고 있다. 여기엔 북한의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도 들어있다.

그뿐인가? 연합뉴스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스페인어·아랍어 등 6개 국어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같은 방대한 조직과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등 주요국제행사의 주관사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특히 2011년엔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를 개국함으로써 통신사 외에 TV 채널까지 보유하고 있다.

필자는 연합뉴스의 중요성을 청와대 다음 순위에 두곤 한다. 국내 뉴스의 해외공급과, 해외 뉴스의 국내공급을 연합뉴스보다 신속, 정확히 할 수 있는 매체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를 통해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 역시 연합뉴스의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연합뉴스를 대표하는 사장의 위상은 자연스레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회사는 1980년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의 통폐합으로 출범한 연합통신, 그리고 현재의 연합뉴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적잖은 내부갈등과 외풍을 맞았다. 그렇다 보니, 사장 교체 후 전임 집행부가 모두 회사를 떠나거나, 일부 사장후보들이 정치권 실세에게 기대는 모습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장 선출 과정에선 이같은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의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이사들의 신임사장에 대한 투표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 국회의장, 여야 정당, 방송협회, 신문협회 등에 의해 추천된 이사들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을 추천한 기관보다 연합뉴스의 비전, 더 나아가 한국언론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뉴스통신이사회 이사들이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흥식 전 MBC C&I 대표이사, 강홍준 신문협회 사무총장, 김인숙 변호사, 황희 문체부 장관,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이사,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 조복래 전 연합뉴스 콘텐츠융합 상무(왼쪽부터) . 

연합뉴스 사장 선임은 KBS, MBC 등 다가오는 공영방송 CEO 선출에도 바람직한 준거가 돼야하지 않을까.

필자는 한반도 통일 국면이 다가오면 북쪽의 뉴스를 신화통신사나 AP 같은 외국통신사가 독과점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연합뉴스 사장의 시선과 안목은 지구촌 곳곳에 닿아 10년, 20년 뒤 한반도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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