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살신성인’을 기대하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10일 “치열하게 논의하고 논쟁해서 만든 피땀의 결과가 저의 여러 일로 가려질까 그게 가장 두렵다”며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혼신의 힘을, 죽을 힘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으니 잘 받아서 민주당이 좋은 결과 낼 수 있는 혁신안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지난 5일 미국에서 작가를 겸해 개인사업을 하는 김 위원장 시누이 김지나씨의 글이 올라온 이후 닷새 만에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애초 계획보다 한달 가량 앞당겨 지난 10일 활동을 종료했다.
<아시아엔>은 김은경 위원장 시누이의 글 전문을 게재한 후 가족의 일원이었던 분의 제보를 통해 김 위원장 장남이 쓴 추가 해명 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누이 지나씨가 최초 글을 올린 이후 언론 접촉을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보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아시아엔>은 김 위원장 관련기사의 댓글 속에서 건강하고 건전한 집단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엔>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독자들이 남긴 합리적인 추론들은 결국 팩트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 장남 A씨 반박글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들이 그렇다.
1. A씨와 김 위원장은 조부의 재산상속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 남편의 자살 직전 시부 명의의 회사가 남편에게 넘어갔으며, 이로 인해 시부로부터 상속할 것이 없었다.
2. A씨는 어머니와 자신이 할아버지와 소식을 주고 받았다고 주장하며 편지를 공개했으나, 이 편지는 1996년경 김 위원장이 독일 유학 때 받은 편지임이 밝혀졌다.
3. 김 위원장이 금감원 부원장 재직 때 사망한 시부의 거액 부조금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일체응답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김은경 위원장측 주장에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점에서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아시아엔>은 김은경 위원장 시부 사망 시 부고기사 게재와 거액의 부조금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들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금감원 부원장이던 2022년 12월 자살로 삶을 마감한 시아버지의 부음기사가 도하 언론에 게재됐다. 고위공직자가 상을 당할 경우 친상(부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친상인 경우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망자의 친딸들이 있는데도 그들의 이름은 뺀 채 자신의 이름만 넣은 부고기사를 냈다. 필자는 한겨레신문에서 1995년과 2006년 두차례 2년 가량 피플면 데스크로서 부고 관련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시누이가 있는데, 시부상을 낸 경우는 그때나 그 이후도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금감원 부원장 직급으로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보직을 맡았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소비자보호 두 축으로 이뤄지며 그 한 축의 최상위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부의금과 축의금 문화는 ‘强益多 弱益小’(강익다 약익소) 구조다. 반대급부를 바라며 마지못해 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일부 특권층에서 사문화된 김영란법의 철저한 시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복직할 것인지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외대 학생들과 대학 본부에서 어떤 입장을 갖게 될지 하나씩 드러날 것이다. 연구하고 가르치는데 집중하는 대다수의 교수들도 김은경 교수의 거취를 지켜볼 것이다.
김은경 위원장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과 진정성 있게 마주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진다면 그는 우리에게 살인성인의 본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