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에 짐을 들고 저상버스를 오르다 고마웠다 미안했다 나의 무임승차가 나 대신 불편한 몸을 끌고 울부짖고 나뒹굴고 끌려가면서 끝내 저상버스를 도입한 휠체어의 사람들 오만하게 높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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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엄나무’···”나의 가시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새싹을 둘러싼 가시의 기세가 드세다 찔레 가시보다 굵게 아카시 가시보다 촘촘하게 무장하여 어린 생명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서 광합의 일터로 나갈 정도로 어른
[오늘의 시, 부활절] ‘빈 무덤 앞에서’ 서삼석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슬피 울었습니다 옷깃을 여미며 살며히 동굴안을 살펴 보았습니다 여인이여 왜! 슬피우느냐 마리아야! 친밀한 그 목소리에 마리아는 랍오니! 대답합니다 그 목소리는 죽었던
[오늘의 시] ‘봄비’ 김흥기 “그대 단비!”
그냥 시간이 지나면 흐르는 눈물 혹은 그 추운 겨울 뚫고 선뜻 다가서는 安心 그 무엇으로 가릴 수 있을까? 아무런 조건없이 내게 마냥 다가서는 그대 단비!
[오늘의 시] ‘벚꽃 쏟아지다’ 송경상
꽃잎이 쏟아진다 벚꽃잎이 무진장 쏟아진다 금수산 옥순대교, 청풍호수 위에 앞을 못 볼 만큼 그렇게 함박벚꽃잎이 바람에 날리며 온통 가슴 속까지 하얗게 머릿속이 울긋불긋 하얗다 아무
[오늘의 시] ‘가상현실’ 유자효
어느 시인이 NFT를 활용해 9천원짜리 시집을 9백만원에 팔았다는 뉴스를 보고 아내가 당신도 한번 해보라고 한다. 세상에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니 요술방망이 같은 NFT가 아이들 장난 같은
[오늘의 시] ‘없다’ 김영관
나는 참 많다 답없는 질문이 끝없는 발버둥이 한없는 자책이 나는 참 없다 내가 내게 묻는 질문에 답이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에 답이 얼마나 얼마나
[오늘의 시] ‘그 도시에 먼저 온 아르카디아-히바’ 최도선
톈산산맥 머리 위 만년설을 넘어온 아침 해 숨이 차다 태양의 도시 히바로 가기 때문이다 이찬칼라 황토색 성벽은 시간을 박제시켜 놓았다 에메랄드빛 타일 미나렛엔 온종일 머물러
[오늘의 시] ‘저울에 올라서서’ 송경상
내 어깨에 가해지는 물렝이의 무게는 내 삶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워 다리가 후들후들 금방 주저앉을 것만 같지만 나는 버틸 수 있어 차라리 쓰러지더라도 내가 지금, 감당
[오늘의 시] ‘내 발자국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박노해
나의 눈물이 나 하나의 슬픔이라면 그만 울어도 좋으리 나의 분노가 나 하나의 것이라면 그만 끝내도 좋으리 홀로 길을 걷다가 문득 울리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에 걸음을
[오늘의 시] ‘우크라이나 어머니의 눈물’ 오충
예상치 못하게 들려오는 폭발음 그 소리에 일상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행복을 잃었고 누군가는 죽이고 누군가는 죽임을 당하고 서로 모르는 그들은 왜
[오늘의 시] ‘설악산 지게꾼’ 홍사성
설악산에서 사십오년 지게만 진 임기종씨 장애인 아내와 살면서 일억 넘게 기부했다 품삯은 한번 올라갈 때마다 팔천원 남짓 따져보니 만번도 넘게 지게질한 값이었다
[오늘의 시] ‘친구들아’ 김영관
글쎄 아직도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웃고 떠들던 그때가 그립고 그립다 몸서리치게 사무친다 그때가 그때 그 친구들이 있어 든든했고 세상 무서운 거 없이 큰소리 펑펑 쳤었는데
[오늘의 시] ‘봄바람이 매화를’ 이춘우
雨水 지나 이틀째인 영하 3도의 새벽 정원엔 春興에 취한 설중매가 검붉게 찢기고 할퀸 채 참고 참은 눈물 같은 진향(震香)을 쏟아내는구려 늘 날이 밝으면 멀쩡하니 시치미떼는
[오늘의 시] ‘은방울 꽃 하나가’ 백승훈
입춘 지나 우수가 코앞인데 봄 눈 내리고 뺨을 스치는 바람이 차다 코로나 역병 때문에 마스크에 꽁꽁 갇힌 채 두 번이나 꽃 향기 없는 봄을 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