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저울에 올라서서’ 송경상

1987년 5월 송경상 시인이 넝마공동체 초대총무 시절에 찍은 사진. 넝마공동체 회지 2호에 게재됐었다.

내 어깨에 가해지는 물렝이의 무게는
내 삶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워
다리가 후들후들
금방 주저앉을 것만 같지만
나는 버틸 수 있어

차라리 쓰러지더라도
내가 지금, 감당 못할 만큼 무거웠음 좋겠어
그래야만 나도 처자식 데리고
고기라도 한 근 실컷 먹어보게
가난이 짓누르는 무게에 비하면
이건 너무 가벼워

 

물렝이: 플라스틱 종류를 통칭하여 고물상에서는 물렝이라고 한다. 물렁물렁한 플라스틱류의 의태(擬態) ‘물렁+이’의 형태다. 80~90년대에는 사람이 크고 작은 물렝이를 모아서 커다란 마대(麻袋)자루에 담아서 저울에 지고 올라가 계근을 하였다. 전체 무게 중 사람 몸무게를 빼고 나면, 순수한 고물 물렝이 무게가 되며, 보통 한 자루의 무게가 60kg정도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고물값이 얼마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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