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물구나무서기’ 송경상

물구나무서기는 1983년 5월30일 충북대 신문문학상에 당선된 시인의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은 이동순 시인이 맡았다.

두 팔을 짚고
가볍게 한 발로 차올라
구름 낀 하늘과 땅을 바꿔 놓는다
반도를 가로질러
장백산 너머 만주 벌판까지를
두 팔은 떠 받치고 있지만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하늘이 아닌 빈 공중일 뿐
우리가 지금까지
머리 위에 이고 살아 온 것이
허공일 줄은 몰랐다
팔에 저려오는 무게만큼이나
세상은 무거워지고
피는 발 끝에서, 머리 끝으로 거꾸로 돌고
초고압으로 흐르는 전봇대가 흔들린다
나는 두 팔을 통해 떨려오는
반도의 숨결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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