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에는 바람이 분다 대나무는 마른 줄기를 흔들며 바람이 불기 전 바람을 생각하고 바람이 멈추기 전 고요를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숲에는 바람이 분다 대나무는 마른 줄기를 흔들며 바람이 불기 전 바람을 생각하고 바람이 멈추기 전 고요를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한 해에 나이테 하나만큼씩만 큰다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뚜벅뚜벅 한 해에 나이테 하나씩은 꼭 만든다 두 개를 꿈꾸지도 한 해를 거르지도 않는
두 팔을 짚고 가볍게 한 발로 차올라 구름 낀 하늘과 땅을 바꿔 놓는다 반도를 가로질러 장백산 너머 만주 벌판까지를 두 팔은 떠 받치고 있지만 두
내 어깨에 가해지는 물렝이의 무게는 내 삶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워 다리가 후들후들 금방 주저앉을 것만 같지만 나는 버틸 수 있어 차라리 쓰러지더라도 내가 지금, 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