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엄나무’···”나의 가시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새싹을 둘러싼
가시의 기세가 드세다
찔레 가시보다 굵게
아카시 가시보다 촘촘하게 무장하여
어린 생명을 호위하고 있는 것이다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서
광합의 일터로 나갈 정도로
어른 잎이 될 즈음
엄나무 가시들은 하나둘씩 떨어져나간다
남아있는 가시들도 사천왕처럼 험상궂은 인상에서
좌정한 부처의 온화한 표정으로 변모한다
때로
그 가시가
호위 중 무참하게 잘려나가
양반집 대문앞 벽사(僻邪)가 되거나
백숙의 지옥불로 던져지기도 한다
자기의 어린 생명을 지키려고 헌신했을 뿐인데 말이다
문득
나의 가시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