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톨을 두 쪽으로 쪼개본다 그 속에 까만 씨앗들이 들어있다 씨앗 속을 쪼개본다 씨앗 속 씨앗 속에 씨알이 들어있다 사과 한 톨에 내가 들어있다
Category: 오늘의시
“새해는 왔는가?”···이동순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새해가 왔는가 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손님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 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 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 그 위를 번져가는
[오늘의 시] ‘새날이 와요’ 박노해
태양은 둥글고 지구는 둥글어요 계절은 둥글고 인생은 둥글어요 산 것은 죽은 것에서 나오고 죽음은 산 것에서 나오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동그란 길로 돌아 나와요 편리하고
[오늘의 시] ‘서어나무’ 최도선
가지와 잎들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서쪽에 별이 뜨는 순간을 서어나무는 삶의 동력이라 부른다 음지에서도 별이 되려는 뿌리를 가진 나무 음수陰樹라는 이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오늘의 시] ‘우리, 어느 생에라도’ 최명숙
해그림자 드리워 강물 빛이 더 고운 바람 부는 가을 오후 옷깃 여미는 강가에서 만난 사람 하얀 고독을 지닌 영혼 저 강물이 흘러가도 이제는 떠나지 마라
[오늘의 시] ‘빛의 통로를 따라서’ 박노해
우리가 먼 곳으로, 더 먼 곳으로 떠나려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오늘 현란한 세계 속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더
[오늘의 시] ‘별을 바라보며’ 효림
한 일억 광년 정도 멀리 서서 아예 저 광활한 우주 끝을 지나 그 너머에서 여기 우리가 날마다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이 지구를 반짝이는 작은
[오늘의 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 박노해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오늘의 시] ‘그 사람’ 김영관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손잡고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웃는 모습 화난 모습 슬퍼하는 모습 모든 모습 하나하나 한없이 사랑스럽던 사람이
[오늘의 시] ‘그래도 이렇게’ 박노해
붉게 물든 낙엽을 밟으며 내일이면 흰 서리를 밟을 것을 생각하지만 그 뒤에 눈길이 올 것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미소 지으며 걷는 것은 지금 나에게는
[오늘의 시] ’11월 마음의 기척’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 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육이오 동갑나기’ 정호승이 이동순에게 “평화가 형과 함께”
[아시아엔=이동순 시인, 영남대 명예교수] 시인 정호승(1950~ )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대구에서 성장했다. 원래 가문의 터전이나 근거지는 대구이지만 부친의 직장을 따라 다니다가 경남 하동에서 다만 출생했을
[오늘의 시] ‘최무룡’ 구광렬 “마지막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어머닌, 사진만 보고 결혼하셨다 시집이라고 와보니 솥엔 구멍이 나 있고 양은 주걱은 닳아 자루까지 닿았으며 숟가락은 없고, 나뭇가지를 분질러 만든 짝 모를 젓가락들만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오늘의 시] ‘붕어빵 할아버지’ 홍사성
붕어빵 굽던 할아버지 리어카에 광고를 써붙였다 농기구 사고로 입원 중입니다 곧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할머니는 얼마나 근심할까 다시 나올 수는 있을까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이저런 근심 깊은
[오늘의 시] ‘청눌淸訥-법조인·교육자 정성진’ 장재선
맑게 더듬거리는 시냇물을 아꼈고 그 물을 보듬어 안는 바다를 좋아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산을 우러르며 낮은 길에서 오래 머물렀다 법 마을에서는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