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 도시에 먼저 온 아르카디아-히바’ 최도선
톈산산맥 머리 위 만년설을 넘어온
아침 해 숨이 차다
태양의 도시 히바로 가기 때문이다
이찬칼라 황토색 성벽은 시간을 박제시켜 놓았다
에메랄드빛 타일 미나렛엔 온종일 머물러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주문 같은 소리에 영혼이 리듬을 탄다
나는 오래 머무를 수 없다
태양과 함께 빚어온 황금빛 중세도시에서
골목골목 남겨진 숨결의 미로를 따라가며 상상의 퍼즐에 쾌락한다
주마 모스크 안 200여 개의 기둥 바닥에 빛이 꽂힐 땐 신기루가
발등을 타고 오른다
타쉬 하울리 궁전에선 유르타도 만났다
길 없는 사막을 건너온 대상들이 쉬어 가던 곳도 여기이리라
잠잠히 스쳐 가는 석류 빛 옷깃들
그들의 손에도 들려 있는 핸드폰의 세계, 아르카디아
외계 같은 곳
옹기종기 담 벽에 모여 앉은 실크스카프
손뜨개 낙타 숄이 내 목을 휘감는 곳
흙길에 나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는 오후
낯선 이방인처럼 만년설 반대편으로
한낮을 태우던 태양도 스르르 넘어간다
하루 종일 반짝이던 미루나무 파닥이며 잠드는 마을
까만 염소를 앞세우고 볼이 발그레한 아이가 흙담 아래 가고 있다
* 히바는 우즈베키스탄 북서부에 있는 호레즘州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