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대추나무 이파리는 반짝이고’ 최도선

대추나무 이파리

끼니가 떨어진 지 오래다

방아쇠를 당겨야 할 텐데 대낮에도 가위눌린 듯 손끝은 꼼짝도 않는다
달포 가까이 참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허기진 식구들은 이 사냥질을
버리라고 한다

이상하다 이 산속에 짐승들이 왜 이리 눈에 뜨이지 않을까?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새들은 푸드덕 하늘 높이 날았다
요즘 와서 한 발도 내딛지 않고 조준도 해보지 않고 환경 탓만 했다
쭈그리고 앉아 토끼도 기다려보다가 높이 나는 새도 올려다보다가
기진하여 총을 내려놓고 풀썩 주저앉으며
사냥질을 버려야 하나보다 할 때
누군가 멀리 나는 새 한 마릴 세차게 맞춰 떨어뜨린다
떨리는 다릴 후들거리며 그쪽을 향해 총 겨눠본다
초점 맞춰지길 기대하며

몹시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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