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서어나무’ 최도선

서어나무

가지와 잎들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서쪽에 별이 뜨는 순간을
서어나무는 삶의 동력이라 부른다

음지에서도 별이 되려는 뿌리를 가진 나무
음수陰樹라는 이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은 끝까지 살아남는 일
아픔은 어느 때나 온다

누구도 모르게
삶의 근육을 키우는 일 밖에는
어떤 예감도 받아들일 수 없다

뼛속으로 드는 겨울바람
동서남북 액운이 번진다 해도
음지에서 잔뼈가 굵어
나를 견딜 수 있다

낮은 곳에 서야 높은 곳을 향한다는
아름다운 말이 가지마다 새겨지고 있다
서쪽을 향해

서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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