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선의 시와 달빛①] 책상···”사소한 바람까지도 허공 위의 책이다”
최도선 시인은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한 후 첫 시집을 내놓고 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20년, 다시 붓을 들고 두권의 자유시집을 내놓은 그가 시조를 묶었습니다. 올 가을 낸 시집 <나비는 비에 젖지 않는다>입니다.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긴 세월 안장 위에 달빛이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최도선 시인이 스스로 고른 시와 寸評을 소개합니다. 그가 비추는 달빛 따라 시의 마을로 향해 보시죠. <편집자>
책상
어둔 밤 더듬더듬 새로운 길 찾아간다
어머니의 말씀은 “세상이 다 책상이다”
사소한 바람까지도 허공 위의 책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물살에도 길이 있다
민들레 꽃씨 나는 것을 허투루 보지 마라
꿈이란 아무 곳에나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살이는 새로운 길을 찾는 행위다. 능동적이어야 한다. 어렵고 힘들다. 더듬거릴 수밖에 없다. 그 길을 가는 동안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기서 어머니는 단순히 육신의 부모만을 지칭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주적 모체다. “세상이 다 책상이다” 세상 모든 현상으로부터 배움이 시작되고 끝난다. 일종의 경구가 아니라 원초적 사랑과 생명의 절대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배움과 깨달음의 장소 책상을 세상으로 형상화 시켰다.
강물은 지상에서, 민들레 꽃씨는 공중에서 이 둘은 땅과 하늘의 모든 사물을 대표한 것이다. 상반성 구조를 통해 융합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꿈도 아무 곳에나 머무르지 않는다’ 함은 섭리나 인연을 변증하는 수법에 기대어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