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동백지다, 미황사’ 최도선

미황사 동백

스님, 스님! 들리셔요. 아름다운 저 소 울음
허 허 그 소리는 땅이 흔들리는 소리란다
어둠과 빛이 부딪쳐 몸을 트는 소리구나
봐라, 저기 붉은빛 봉우리와 흰 기암들
여기 봐라, 산자락을 둘러친 사철나무
태초의 태초가 아닌 이곳 토말土末에서 빛이 나는
기척도 없는 달밤 잠시 쉬어 가고자 해
짐도 풀지 못한 몸이 별빛 속에 잠이 들어
한잠을 자고 깨보니 새하얀 절집이다

달마는 산도 들도 바닷가 거북이도
모두가 한 몸이라 드는 객을 반겨 맞아
춘동백春冬栢 현현玄玄의 바다, 발 딛는 곳 화엄이다
속의 말 다스리려 침묵에 든 나한 존자
어둠에 몸을 씻고 샛별에 깨친 이마
동백의 붉은 뒤꿈치 본다. 추녀 끝에 나앉아
스님, 스님! 보셔요. 동백이 지고 있어요
허, 소등을 타고 해가 서산 넘나 보다
지는 건 하나도 없다 별도 예와 눕는다

동백아가씨(이미자 노래)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