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희비쌍곡선

희비쌍곡선(喜悲雙曲線)은 “기쁨과 슬픔이 함께 생겨 각각 발전하는 모양”이다. 인생은 희비쌍곡선의 연속인 것 같다. <열반경(涅槃經)> ‘성행품(性行品)’에는 공덕천(功德天)과 흑암천(黑闇天)의 유명한 설화가 나온다.

어느 날 한 부자 집에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는 절세의 미인이 들어온다. 이름을 물었더니 공덕천으로, 재물을 불려주는 행운의 여신이었다. 주인은 뛸 듯이 기뻐하며 여자를 방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바로 그 뒤를 한 여인이 따라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매우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이름이 흑암천으로, 재물을 소멸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기겁해서 쫓아버리려 했다. 그러자 “당신은 어리석군요. 앞서 맞이해간 여자는 내 언니예요. 나는 늘 언니와 함께 있어야 해요. 그러니 나를 쫓아내려면 언니도 같이 쫓아버려야 해요” 한다. 그래서 공덕천에게 그것이 사실인지 물었더니 사실이라고 했다. 주인은 한참 생각하다가 둘 다 쫓아버리고 말았다. 그 후 그 두 자매는 다시 어느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가난한 그 집 주인은 두 명 모두를 기쁘게 맞아들였다.

우리들은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 재물 등이 영원히 계속되는 양 착각하고 살아가다가 어느 날 그것들이 파탄을 일으키게 되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울부짖게 된다. 이것이 무명(無明)의 두 얼굴이다. 설사 재물이나 행운이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해도 내 스스로가 재물이나 행운을 떠나게 하는 비극의 날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존재에 깃들어 있는 죽음의 실상이나 탐욕으로 모은 재물의 허망함을 깨달아야 어떠한 재앙이 닥치더라도 그로부터 오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는 공덕천만 받아들이려 한다. 지혜로운 자는 둘 다 받아들여 행과 불행을 다 즐긴다. 공덕천은 즐거움, 흑암천은 괴로움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괴로운 일 따로 있고 즐거운 일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 보면 이 둘은 붙어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괴로움을 떼내고 즐거움만 취하고 싶은데 이건 현실에서 이뤄질 수가 없다.

이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아니다. 고(苦)와 낙(樂)이 상반(相反)되는 것을 말함이다. 사실은 고(苦)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낙(樂)도 괴로운 것이다. 인생 자체가 고이기 때문이다. 윤회의 사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다.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은 것에는 상징이 숨어 있다. 여섯 발자국은 ‘육도윤회(六道輪回)’를 상징한다. 육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것은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었다는 의미다.

싯다르타가 깨달았다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꿈속에서 강도에게 쫓기는데 눈을 딱 떴다. 그런데 그것이 꿈인 줄 안 것이다. 즉 환영(幻影)이 진실이 아니고 환영인 줄 알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개별 존재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다 연결돼 있는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이 좋은 인연을 맺는 비법(秘法)을 물어 올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사람을 한 번 척 보고 좋은 인연 나쁜 인연을 어떻게 알겠는가? 점쟁이도 아닌데 말이다. 인연에는 좋은 인연, 나쁜 인연이라는 게 없다. 좋은 인연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공짜와 좋은 인연을 바라기만 하지 자신이 좋은 인연이 되어 줄 것은 생각도 안 한다. 돈은 빌렸어도 갚기는 싫은 거와 다름없다. 그래서 안 갚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궁리를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런 허황된 생각 마라. 그건 이치에 안 맞다”고 가르치신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어떤 현상이든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다’. 이를 불가에서 말하는 인과(因果), 즉 인연과보(因緣果報)라 한다. 때문에 자신보다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늘 속 끓이고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중생은 욕망을 따라간다. 욕구는 점점 커져가니 이를 어쩔 것인가?

부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행복도 내가 만든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든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자기 인생을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열반경에 등장하는 공덕천(功德天)과 흑암천(黑暗天)의 이야기의 교훈이다.

세상 사람들은 금은보패(金銀寶貝)를 제일 좋은 보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은 상(相)있는 것이 다 허망(虛妄)한 것이다. 공덕천이 갖다 준 금은보패는 뒤이어 들이닥치는 흑암천이 다 빼앗아가 허망하기 짝이 없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는 흑암천도 못 뺏어 갈 참다운 보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영원불멸하는 우리의 참 마음이요, 둘은 그 참 마음을 찾아 참된 혜복(慧福)을 얻게 하는 바른 법(法)이다.

안으로 참 마음과 밖으로 바른 법이 우리의 영원한 보물이다. 정심(正心)과 정법(正法)이 있는 사람은 천하절색(天下絶色) 공덕천이 온다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추의박색(醜依薄色)인 흑암천이 온다 해도 대범하고 즐겁게 대하는 것이다. 행복은 바로 내 손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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