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인생의 감옥
인생에도 감옥(監獄)이 있다. 꼭 몸의 자유를 빼앗는 붉은 벽돌집의 교도소만 감옥이 아니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사람이 처자와 집에 걸려 있음이 감옥보다도 심하다”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육신의 감옥은 나올 기약이라도 있으나 처자의 정욕(情慾)이 있는 한 그 옥(獄)을 벗어날 날이 없다고 하신 것이다.
그 감옥 중에 애욕(愛慾)의 감옥이 있다. 어느 감옥보다도 엄중하다. 그 애욕 중에는 색욕(色慾)이상 더 심한 감옥이 없다. 색으로부터 나오는 욕심이 그 큼이 갓(邊)이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람사람이 그 하나 있음이 다행이요, 만일 둘을 가졌다면 천하에 도(道)를 행할 이가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그럼 인생의 감옥이 정욕과 애욕의 감옥 말고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그 외에도 여섯 가지 감옥이 더 있다. 심리학자 케이치프 노이드의 말이다. 그런데 이 감옥 역시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첫째, 자기도취(自己陶醉)의 감옥이다.
우리 주변에 공주병이나 왕자 병에 걸리신 분을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못 말리는 병이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데 이런 사람들은 제 잘난 멋에 사는 것 같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양하는 데에 미덕(美德)이 있음을 왜 모를까?
둘째, 비판(批判)의 감옥이다.
이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의 단점만 보고 비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없다. 독에 들어가 수형생활을 하는 사람과 같다. 항상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풀며 남의 말에 경청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그 독방에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절망(絶望)의 감옥이다.
이상하게도 이 절망의 감옥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의외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즉 이들은 항상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불평하며 절망한다. 반대로 언제나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인생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살아간다. 이 희망의 끈을 붙잡지 않으면 이 역시 장기적인 수형생활을 벗어날 기약이 없다.
넷째, 과거지향(過去指向)의 감옥이다.
이 감옥에 들어간 사람들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면서 현재를 낭비한다. 생각해보면 현재가 더 좋은데 말이다. 이렇게 과거에만 연연하다 보니 현재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가 없다. 현재의 분수나 처지를 알아야 한다. 처지에 안분(安分)하고 매사에 감사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현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모르고 감옥에서 나올 기약도 없다.
다섯째, 선망(羨望)의 감옥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이 꼭 들어맞는 감옥이다. 내 떡의 소중함을 모르고 남의 떡만 크게 보는 것이다. 세상엔 언제나 나 보다 더 못한 사람이 많은 법이다. 항상 올려다보지만 말고 내 발 밑을 내려다보라.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나락(奈落)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 보라. 만약 불행이라고 느낀다면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어 결코 선망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여섯째, 질투(嫉妬)의 감옥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괜히 배가 아프고 자꾸 헐뜯고 싶어진다.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 잘 되어야 내게도 볕들 날 있을 것이고, 내 주위의 사람이 거목으로 자라야 오뉴월 땡볕에 그늘을 만들어 쉴 수 있다. 부처님 말씀에 ‘수희공덕(隨喜功德)’이라는 것이 있다. 남이 잘 되는 것을 같이 기뻐만 해주어도 공덕이라는 것이다. 이 공덕이 바로 형(刑)을 경감시키는 자료가 된다. 이 자료라도 챙기지 못하면 역시 질투의 감옥에서 나오기란 요원(遙遠)한 것이다.
사람은 이 6가지 감옥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모든 인간들의 삶은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을 그리며 희비애락의 길을 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간들은 하강곡선 앞에서 무너지거나 쓰러지고 만다. 인생의 막장과 같은 감옥 속에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절망을 끌어안은 탓이다.
인생의 하강곡선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맨 밑바닥에 와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곳이야말로 상승곡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전(反轉)의 기회이다. 신앙과 수행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인생의 상승곡선을 탈 수 있다.
인생에도 하근기(下根機)는 식욕(食慾) 색욕(色慾) 재욕(財慾) 등에 얽매어 솟아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중근기(中根機)는 명예욕(名譽慾)에 걸려서 인생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또한 좀 더 위의 근기는 상(相)에 걸려서 크게 뛰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오욕(五慾, 食慾 性慾 睡慾 財物慾 名譽慾)과 사상(四相,? 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만 여의면 상근기(上根機)다. 도를 닦아 상근기가 되어보자. 그러면 인생의 감옥에서 탈출을 감행하여 대자유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