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안중근의사의 ‘장부가’와 ‘유언’

1910년 3월 26일은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서거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안 의사는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킨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하고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영웅으로 근 현대사에서 독립운동가이자 동양평화를 염원한 평화주의자로 칭송 받고 있다.

그는 어려서는 응칠(應七)이라는 아명(兒名)으로 불렸다. 우덕순, 조도선 등과 소수의 결사대를 조직, 만주의 각 역 근처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등을 기다려 저격을 준비하였다. 마침내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경 하얼빈 역에 잠입하여 역전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를 사살했다.

안 의사는 현장에서 체포된 다음 스스로 대한의군 참모중장이자 특파독립대장이라고 밝혔다. 1905년 대한제국은 사실상 일본 제국의 속국이었다. 제2차 한일 협약이 체결된 것에 저항해, 독립운동에 투신한 그는 사상적 측면으로는 동양평화론자이기도 했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현장인 하얼빈역에 마침내 ‘안 의사 표지석 공사’가 중국측 배려로 세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달 중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저격현장 가림막 설치공사를 싸고 ‘한중일 3국’의 대립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관방장관이 안 의사를 ‘범죄자’로 부르는 망언을 한 것이다. 아베가 수상이 된 후 점점 우경화되어 가는 일본 정부가 이제는 막가파가 다 된 모양이다. 안중근 의사가 범죄자인가? 안 의사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를 보면 아무리 일본인이라도 그리 막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한국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3)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
4)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
5)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6)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
7)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8)군대를 해산시킨 죄
9)교육을 방해한 죄
10)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
11)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
12)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한일간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무사한 것처럼?천황을 속인 죄
14)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
15)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이 정도의 죄상이라면 이토는 죽어 마땅하지 않을까? 그래도 일본 사람들이 다 무도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제작한 안 의사를 기리는 동영상이 있다. 제목이 ‘슬픈 테러리스트의 진실’이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안 의사의 마지막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위대한 영웅을 범죄자 취급을 하다니! 두 개의 의(義)는 양립(兩立)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러나 어떤 의가 진짜 의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일본사람들도 안 의사를 저리도 기리는데 어찌하여 우리는 숭고한 정신을 좀 더 선양하지 못할까?

한국인이라면, 비록 일본 사람들이 제작한 동영상일지라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꼭 보면 좋겠다. 특히 설국열차(雪國列車)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이 나라 국회의 여야,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슬픈 군상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얼마나 좋을까?

안중근 의사는 의거 거행 전 ‘장부가(丈夫歌)’를 지어 불렀다.

“장부가 세상에 쳐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 천하를 웅시함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룰까/ 동풍이 점차 참(冷)이여 장사(壯士)의 의기가 뜨겁도다/ 분개하여 한 번 감이여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 쥐 도적 이등이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꼬/ 어찌 이에 이럴 줄 알았으리요 알았으리요/ 사세가 고요하도다/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룰지어다/ 만세 만세여 대한 독립이로다/ 만세 만세여 대한 동포로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은 이렇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反葬)해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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