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두부공장 사장 된 ‘노숙자’ 김동남

노숙자란 “집이 아닌 길이나 공원 지하철역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말한다. 노숙자가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UN의 정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둘째,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셋째,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오래 전 필자가 원불교 청운회장(靑耘會長) 시절 이야기다.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뜻을 모아 서울역 인근에 노숙자 쉼터를 만들 생각을 했다. 7층 빌딩을 전세 내 1층은 사무실, 2층 진료소, 3층은 편의시설, 4층부터 7층은 숙소로 생각하고 서울시와 접촉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법인(法人)이 아니라고 그 계획은 무산이 되었다. 그 대신 즉시 ‘사회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을 설립해 ‘노원 제1 사회복지관’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여러 복지기관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노숙자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노숙자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았다. 노숙의 원인은 실직과 이로 인한 경제적 빈곤문제다.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은 일용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많다. 일용직에서의 실직(失職)은 소득 감소가 아닌 경제적인 빈곤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되게 마련이다. 가정의 소득이 없는 상태는 가정해체로 이어지고 노숙자의 증가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숙자 발생 원인은 두 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된다. 작게 보면 개인의 문제와 가정의 문제가 노숙자 발생의 원인이다. 개인적 차원의 원인으로는 개인의 무능력함, 개인의 성향 등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노숙자를 부랑인(浮浪人)과 유사한 의미로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적 차원의 원인으로는 취약한 가족구성, 가정의 경제적 빈곤, 부모의 상실로 인한 빈곤, 저학력으로 인한 취직난 등을 들 수 있다.

크게 보면 노숙자 발생의 원인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국가의 재정난으로 인한 실직, 사회복지의 취약, 경제구조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노숙자들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개인의 노력이 있어도 회생(回生)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노숙자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이 회생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알코올 중독자에서 노숙자로, 그리고 노숙자에서 두부공장 사장으로 인생 역전한 감동 휴먼스토리에서 가능성을 찾아본다. 현재 월 두부 생산량 2만5000모, 월매출 4500만원, 연매출 5억5000만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단지 중소기업이 아니라 수익과 노숙자 및 사회적 약자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주인공은 실제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 어엿한 두부공장 사장으로 우뚝 선 김동남씨다. 지난해 연말 MBC 휴먼스토리 ‘덤벼라 인생’ 프로그램에서 생생하게 방영됐다. 과거 김동남 사장은 술에 빠져 집도 잃고 부모님, 아내와 딸 등 가족과 헤어지는 등 모든 걸 잃어 청춘을 포기한 채 살아왔다. 김 사장은 알코올 중독과 노숙자 생활에 이르는 인생 밑바닥까지 경험했다. 하루 소주 20병은 기본, 하루 24시간 술병을 놓지 않은 그의 별명이 ‘오리창자’였다.

그런 그에게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나와 함께 두부를 만들어 보지 않겠습니까?” 하는 노숙인 쉼터 시설장이 술과 거리를 방황하던 김씨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김동남,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노숙자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볼 것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그는 인간답게 다시 살아 보고 싶다는 뜨거운 욕망을 선택했고 시설장을 찾아가 “술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김동남씨의 인생이 시작됐다. 재래시장에서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아줌마, 할머니는 모두 그에게 선생님이다. 두부 선생님들을 직접 쫓아다니며 콩 불리는 방법부터 응고(凝固), 두부가 완성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메모해가며 ‘김동남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날 하루 24시간 술을 마시는데 허송세월을 보냈던 김씨가 변한 것이다. 이제는 술을 끊고 모든 시간을 두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두부공장 사장이 된 김씨는 우리 콩으로 건강한 두부를 만들고, 자신처럼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사회적 기업 자활공동체인 ‘주식회사 짜로사랑’을 이끄는 사장으로 이제는 사회에 보탬에 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서 짜로사랑은 ‘진짜로사랑’에서 따온 기업명이라고 한다. 짜로사랑에서 만드는 두부는 무소포제, 무유화제, 무화학응고제 등 ‘3무(無)원칙’은 물론 100% 국내산 우리콩 두부로 만드는 웰빙식품이다.

‘(주)짜로사랑’은 그 어느 회사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한다. 짜로사랑의 두부제품은 직원들이 살아온 인생의 역경만큼이나 아름답고 향기가 난다. 두부와 콩의 고소한 향기만큼 짜로사랑은 사랑과 믿음이 강하다. 짜로사랑 공장이 위치한 곳은 경기도 화성이다. 최근 짜로사랑은 어느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더 넓은 부지로 공장 이전도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노숙자에서 일약 사회적 기업의 사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불쌍한 노숙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 주면 누구나 회생이 가능하다. 노숙자라고 내어다 버릴 인간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동포요 형제자매 아닌가? 덕(德)도 음조(陰助)하는 덕이 더 크고, 죄(罪)도 음해(陰害)하는 죄가 더 크다고 하였다.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세모(歲暮)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발휘하여 작은 공덕(功德)이라도 지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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