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미래

젊었을 때 본 영화 <대장 부리바>는 대머리 율 브린너와 토니 커티스, 크리스티네 카우프만의 허리우드 고전영화다. 대장 부리바는 코사크족이 폴란드제국의 침입에 맞서서 용감하게 항거하여 조국을 지켜내는 시대극으로 뛰어난 영상미와 잘 짜여진 내용을 갖춘 보기 드문 고전 명작이다. 폴란드 제국의 압박에 항거하여 굽힐 줄 모르는 투지로 싸워서 이긴 용맹한 기마전사집단 코사크족의 대서사시 ‘대장 부리바’는 러시아의 대문호 고골리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가 초미(焦眉)의 관심사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인구 245만명 중 러시아인이 58.5%를 차지한다. 도시 모습도 러시아풍 일색이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의 작은 러시아’로 불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발판으로 유럽, 미국과 손잡으려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 청사와 의회는 이미 러시아계 무장세력에 장악되었고 국민투표에 의해 러시아와의 합병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 러시아 상하원 의회는 물론 푸틴 대통령의 합병서명까지 마쳤다.

크림반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가 필요한 러시아에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림반도는 흑해에 자리 잡아 일년 내내 기후가 온화한 곳이다. 게다가 흑해 서남쪽의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면 지중해로 나갈 수 있고,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중동 아라비아해까지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지하려는 것이다.

생소한 나라 우크라이나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하여 300여년간 잊어버린 우크라이나어를 공식어로 하였으나 아직도 러시아어가 쉽게 통용되고 있다. 인구는 우리와 비슷한 4천7백만명, 영토는 한반도의 3배에 이른다. 80%가 평야지역으로 산이 70% 이상인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우크라이나에 부러운 것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끝없는 평야와 옥토. 황갈색의 흙도 한번만 뒤집으면 새까만 흑토가 나올 정도로 비옥하다. 둘째, 바다를 이룬 숲이다. 특히 키에프 주변은 20여m 높이의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라면 한 그루에 2천만~3천만원을 부를 소나무라고 한다. 셋째, 하얀 피부의 예쁜 얼굴을 가진 여인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험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외세 침공에 끝없이 시달려온 우리나라 역사는 저리 가라할 만큼 다난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우크라이나다. 13세기 몽골군과의 전투가 우선 그렇다. 세계사를 바꾼 징기스칸의 몽골군이 1238년 모스코바를 함락시키고, 2년 뒤인 1240년 바투 칸(Batu Khan)은 키에프를 침공한다. 10주간의 키에프 시민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성벽을 허물고 키에프성을 함락시킨다.

징기스칸의 전투 철학은 싸우지 않고 순순히 항복하면 기득권을 인정하고 점령통치를 상당부분 위임하는 것이다. 사마르칸트성의 경우처럼 저항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씨를 말리는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성이 함락된 후, 엄청난 살육과 약탈에 시달려야 했다. 그 후 200년간 몽골의 가혹한 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이 기간 슬라브족의 정치적 중심지는 지금의 모스코바로 이동하게 된다. 14세기 들어 몽골 지배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당시의 강국인 인접국 리투아니아에게, 16세기에는 폴란드에 의해 분할 점령되고 만다. 16세기에 접어들어 러시아황제의 압제에 못 이겨 도망 오는 난민들이 바로 코사크족이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정착하여 폴란드에 항거한다. ‘대장 부리바’도 당시의 역사다. 그 후 코사크족은 우크라이나 민족성을 유지, 보전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우크라이나는 1654년부터는 러시아 황제 알렉세이에게 합병된다. 그 후,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 의해 소련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약화된 틈을 타 1990년 7월16일 36년이 아니라 장장 336년간의 러시아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한다.

이유야 어떻든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영토인 크림반도를 ‘아야’ 소리 한번 질러 보지도 못하고 강대국인 러시아에게 먹힌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였다. 문제는 우리다. 정신 차리지 못하고 맨날 정쟁이나 벌이고 있으면 언제 우리도 강대국인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에 잡혀 먹힐지 모른다. 가상이긴 하지만 그 문제점을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첫째, 중국의 태도다.

동북공정 따위의 허접한 논리로 북한을 넘볼 경우다. 그러지 않아도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엄청난 군사력을 백두산 쪽에 주둔시키고 있다. 그에 대한 대비가 문제다. 크림사태가 바로 중국의 대북(對北) 야욕을 차단 못할 국제적인 선례가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본래 러시아 영토에다 러시아인이 다수인 크림반도의 운명에 러시아인이 무관심할 수 없어 적극 개입했다는 논리다. 이는 곧바로 만주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만주는 본래 대한민국 영토였다. 현재로서는 꿈같은 얘기지만. 한국인이 다수인 만주의 운명에 동족인 한국인이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셋째, 자라 보고 놀란 사람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순진하게 핵(核)을 뺏긴 우크라이나가 힘 한번 못 쓰고 크림반도를 넘겨 준 것을 보고 북한이 핵을 고집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장기 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역사는 거울이라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일찍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민 모두 일심합력하고 대장 부리바나 이순신 장군 같은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혀 남의 일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