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광란의 ‘아리랑축전’과 김정은

전체주의(全體主義)는 이론상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개인생활의 모든 측면을 정부의 권위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정부 형태를 말한다.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과 그 체제다.

2013년 7월22일 평양 5·1체육관에서 ‘아리랑축전’이?1시간 30분에 걸쳐 펼쳐졌다. 이 공연을 보면 전체주의 공산국가 북한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이고 또한 불쌍한 나라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아리랑축전은 북한의 대집단 체조이자 예술공연이다. 10만여 명의 북한 주민이 동원돼 매스게임, 카드섹션, 태권도, 무용 등을 선보인다. 2002년 고 김일성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처음 선보인 북한의 집단체조, 예술공연이다. 2002년 4월29일부터 8월15일까지, 그리고 2005년 두 번째로 실시된 아리랑 공연은 노동당 창건 60주년(10월10일)과 6ㆍ15 공동선언 5주년 등을 기념한 것이다. 주민들에게 체제의 정통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획된 것은 물론이다.

아리랑 공연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대부분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고 우상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 무용과 체조는 물론 서커스적 요소까지 가미되고 연 인원 10만명이 참가한다. 특히 화려하게 펼쳐지는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카드섹션이 공연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북한은 2002년 아리랑 공연 때,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유럽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2005년 공연에는 남측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외화를 벌어들였다.

스웨덴의 북한 전문 여행사인 ‘코리아컨설트’가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면 “티켓 가격은 일반석 80유로(약 11만5천원)에서 VIP석 300유로(약 43만원)까지 다양하다”며 참관단을 모집했다.

아리랑 공연 참가자 대다수는 학생이다. 평양시내 학교에서 학생 거의 전부를 뽑는다. 키를 맞추기 위해 각 학교에서 특정 학년을 통째로 빼서 아리랑 공연에 참가시키기도 한다. 같은 학년이라도 키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실제 행사에서는 키 순서로 학생들을 배열한다. 키가 일치해야 하는 장면에는 학년에 상관없이 비슷한 키의 학생들을 전부 차출해서 훈련시키기도 한다. 고난도의 동작 수행을 위해 체육이나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은 거의 예외 없이 차출된다.

북한에서 집단체조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은 약 반년. 초기 훈련은 학교별로 운동장에서 진행된다. 참가해야 할 장면이 정해지면 조를 짜서 동작을 순서별로 하나하나 익힌다. 이때는 학생들이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만 훈련을 한다. 조별 동작이 완성되면 김일성광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훈련을 하고 이후 행사 한달 전부터는 경기장에서 전체 리허설을 진행한다. 리허설에 들어가면 수업에서 완전히 빠지게 된다.

공연 기간이 두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리허설을 포함해 석달 가량 수업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빠진 수업은 나중에 보충수업으로 대신하는데 매우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훈련이 시작되면 수업에 전념하기 힘든다.

학교훈련 때는 그나마 훈련강도가 좀 낮은 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 실수하면 그 조가 함께 벌을 받는다. 벌의 강도는 선생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교사들도 맡은 조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자기 조를 남보다 앞서게 하려 무리를 한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리거나 부동자세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체벌은 학부형들의 항의로 최근에 점점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훈련강도는 낮지만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는 초기 한두 달이라고 한다. 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지나가면 단련돼서 웬만한 고난은 견딘다. 이들은 7월경 수업을 끝내고 전체 훈련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조별로 훈련할 때는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선생에게 말하고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수만 명이 참가하는 리허설에선 빠지기 어렵다.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왜냐하면 물 자체를 매우 적게 먹이는데다 수분이 땀으로 배출돼 소변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이 아리랑축전이 변하지 않으려 기를 쓰는 북한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10만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대집단 체조공연인 아리랑을 통해 북한이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는 “나에게서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것 하나라는 것이다. 북한당국이 아리랑공연을 세계 최대의 예술공연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리랑공연은 체제선전과 외화벌이의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의 특징인 절대 충성과 신격화(神格化), 전체주의, 군국주의 등의 국가 이데올로기가 결집해 있는 것이다. 과연 자유만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단 한 사람이라도 새파란 김정은을 향해 거짓 환호를 외치며 광란의 춤을 출 수 있을까? 소름끼치는 일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