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ZARD’ 사카이 이즈미의 모든 것 프롤로그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셨던 분들이 많지요. 특히 어릴적 유행했던 노래를 듣게 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1990년대 한국에선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던 문화융성기가 있었습니다. 신승훈, 김건모, 듀스, HOT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탄생됐던 시기죠.

흔히 ‘J-POP’이라 불리는 일본 음악 또한 1990년대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형 록 밴드들이 데뷔를 하기 시작해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큰 사랑을 받았지요. ‘미스치루’ Mr. Children, B’z, WANDS, GRAY, 라르크 앙 씨엘(L’Arc-en-Ciel) 등의 남성 록 밴드가 등장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울러 DREAMS COME TRUE, 글로브(Globe)와 같은 혼성 팝그룹도 강세였으며 남성 아이돌 그룹 SMAP과 여성 아이돌 그룹 SPEED가 이 당시 데뷔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그룹이 강세였던 1990년대 J-POP 시장에 여성 솔로로 크게 성공한 가수가 몇 명있었습니다. 1980년대를 평정한 ‘유밍’ 마츠토야 유미(松任谷由?)에 이어 국내에서도 유명한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가 등장해 당시 일본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신드롬을 일으켰지요. 아무로 나미에 이후 하마사키 아유미(浜崎あゆみ),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가 1990년대 말 데뷔하며 2000년 초반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가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아무로 나미에가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면 그와는 반대로 여성스럽고 청순한 이미지를 뽐내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솔로 가수로 큰 족적을 남긴 가수가 있었습니다.

ZARD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
ZARD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

서정적인 가사와 함께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 수수한 외모, 거기에 청량한 목소리가 더해진 주인공.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일본을 풍미했던 J-POP의 아이콘이자 소프트락의 전성기를 이끈 ‘ZARD'(자드)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를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3회에 걸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올해는 ZARD의 데뷔 25주년이자 세상을 떠난지 9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일에는 25주년 기념 앨범이 일본에서 발매되기도 했지요. ‘ZARD Forever Best ~25th Anniversary~’란 타이틀로 발매된 이번 기념 앨범은 4장의 디스크에 총 52곡이 수록되었습니다. 2007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녀는 싱글앨범 45장, 정규앨범 11장, 베스트&셀렉션 앨범 5장 등을 발매, 일본내 음반 총 판매량 역대 9위에 해당하는 3800만장의 판매고를 보유하고 있지요.

1991년에 첫 번째 싱글 ‘Good-bye My Loneliness’ 데뷔한 ZARD는 원래 5인조 락밴드 그룹이었습니다. 하지만 93년까지 4명의 멤버가 차례로 탈퇴하며 결국 메인보컬이던 사카이 이즈미가 솔로 활동을 이어가게 되지요. 이 때부터 ZARD란 이름은 곧 사카이 이즈미로 통용되게 됩니다. 그룹명 ZARD는 ‘Blizzard’와 ‘Wizard’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지요.

가수로 데뷔전 레이싱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여성스럽고 청순한 외모를 소유했음에도 사카이 이즈미는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기로 유명했습니다. 수많은 히트곡을 발매했으나 TV방송 출연은 고작 7번이며 그것도 거의 데뷔 초기에 이루어 졌습니다. 평소 그녀의 성격이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방송 출연을 꺼려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소속 음반사였던 *’Being'(빙)의 레코드 레이블인 B-GRAM(비그램)의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라이브 공연 또한 1999년 300명의 관객만 받은 비공개 공연 이후 2004년에서야 데뷔후 처음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었을 정도였습니다. 2004년 콘서트는 공식적으로 ZARD의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집을 낼 정도로 시를 즐겨 읽던 사카이 이즈미는 작사가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요. 지금까지 일본 국민 응원가로 불리는 ‘負けないで'(지지마.마케나이데)를 비롯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의 엔딩곡 ‘マイ フレンド'(My Friend), ‘Don’t you see!’ 등 히트곡 대부분을 본인이 모두 작사했습니다. ZARD의 노래가 한결같이 밝고 서정적인 색채인 것은 그녀의 출중한 작사 실력 덕분이었죠.

필자가 일본 음악을 처음 접했던게 199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방송반 친구들이 점심시간이 되면 X-JAPAN의 ‘Endless Rain’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곤 했지요. 슬픈 멜로디의 이 노래를 흥얼대고 있었던 그 때, 친구를 통해 ZARD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국내에선 댄스음악과 발라드가 강세였던 시대여서 그런지 필자에겐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밝고 경쾌한,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도 있구나’ 라고 느꼈고 이로 인해 일본어를 배우는 계기가 됐었지요.

ZARD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휴대폰에 담겨진 음악 중 가장 많은 곡들이 저장되어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카이 이즈미에 대한 애정이 크기에 그녀를 글로 다루기가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ZARD를 잊고 싶지 않은 팬의 입장으로 마음 한켠에 고이 모아둔 그녀와의 추억을 꺼내 보고 당시 J-POP의 흐름과 추억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2004년 발매된 ZARD의 정규앨범 10집 수록곡 중 ‘悲しいほど 今日は雨でも'(슬픈만큼 오늘은 비라도)입니다. ZARD는 명곡들이 워낙 많지만 이 곡은 ZARD 팬들 사이에서도 숨은 명곡으로 불리는 곡이죠. 이번 25주년 기념 앨범에도 수록되지 않았기에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곡 역시 사카이 이즈미가 작사했으며 경쾌한 멜로디지만 가사는 옛 연인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ZARD를 추억하기에 더없이 좋은 곡이라 생각합니다.

*Being(빙)
1990년대 J-POP의 한 축을 담담했던 소프트락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음반제작사입니다. 프로듀서 나가토 다이코가 만든 ‘Being’은 ZARD를 필두로 B’z, WANDS, Field of view, DEEN, TUBE, BOOWY, 오구로마키(大黑麻季), 쿠라키 마이(倉木麻衣)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소속되 있었으며 이들은 ‘빙계열 아티스트’로 통용되어 불려졌습니다. 빙계열 아티스트들은 방송출연, 라이브공연, 뮤직 비디오 제작, CF 출연 등을 자제하고 베일에 쌓인채 활동을 했으며 오직 본인들의 음악을 CF의 배경 음악이나, TV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주제곡 등으로 삽입해 히트시키는 타이 업(タイアップ) 시스템을 도입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3 comments

  1. 아무라라는 종족이 나올만큼 아무로가 90년대에 성공한거는 사실이지만 그게 94년 95년 정도였죠 90년대 초반은 압도적 여자가수는 없었어요 전 타쿠야상 부인인 쿠도 시즈카를 89년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ㅎ

  2. 저와 비슷한 연배이신가 봅니다. 저도 사카이 이즈미가 무척이나 그립네요. 사카이 이즈미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 전 결혼을 했는데 그게 더 슬프군요.

    1. 반갑습니다.
      저도 사카이 이즈미의 기일이 제 생일 전날이라 기억이 생생하고 참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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