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일드 걸작선 사와지리 에리카의 ‘1리터의 눈물’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겨울의 끝자락인 2월은 졸업시즌이지요. 일본은 보통 3월이 졸업 시즌입니다. 어릴적 졸업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상 시원섭섭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쉬운 감정이 컸다고?할까요??이번회는 졸업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보통 일본 드라마 입문 작품으로 손에 꼽는 작품이 몇가지가 있지요. 필자는 다케노우치 유타카(竹野?豊), 히로스에 료코(?末?子) 주연의 2001년 작품 <속도위반 결혼>으로 일본 드라마를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이 두배우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상당했었지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철도원>이 각각 2000년 2001년에 국내에서도 개봉하며 큰 호응을 얻었을 때 였습니다.

2005년 일본 드라마
2005년 일본 드라마 <1리터의 눈물>

소개해 드릴 <1리터의 눈물>은 2005년 후지TV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누린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1986년 출판된 <1리터의 눈물 : 난치병과 싸우는 소녀 아야의 일기>를 원작으로 제작되었지요. 원작은 ‘키토 아야’라는 젊은 여성이 중학생때 발병한 난치병?투병기로, 그녀의 일기를 모아 출판된 이 책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25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그녀의 이야기는 2005년 드라마·영화 제작으로 다시금 화제가 되며 그 해 수필집이 재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재출간된 그녀의 수필은 120만부가 팔리며 그 해 베스트 셀러에 등극했지요.

<1리터의 눈물>은 한국에서도 책으로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으며 책의 인기와 더불어 케이블 채널인 MBC드라마넷이 드라마를 수입해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1리터의 눈물>은 국내 일드팬들 사이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한번은 필자의 지인이 일본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기에 이 작품을 추천해 줬습니다. 다음날 드라마 전편을 모두 본 지인이 펑펑 울면서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이렇게 슬플 수가 있냐”고 필자에게 원망섞인 얘기를 한 일화도 있었지요.

이 작품은 일단 1화부터 슬픕니다. 시작부터 최종회(11회)까지 사람의 눈물을 쏙 빼놓게 만듭니다. 드라마 한 회가 끝날때마다 나오는 주인공의 실제 사진들은 더더욱 슬픔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농구를 잘하는 활발한 중학생이던 주인공 ‘아야’는 어느 날부터 몸에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 난치병인 ‘척수소뇌변성증’으로 판정이 나게 되고 그녀는 점차 운동 신경과 언어 능력을 잃게 되지요. 어린 중학생 여자아이가 힘들게 병마와 싸워 나가는 과정, 25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의 치열하고 애달픈 스토리가 드라마에서 있는 그대로 표현되기에 이 작품은 슬플 수 밖에 없습니다.

헌데 왜 졸업하면 이작품이 떠오르는 걸까요? 이유는 바로 드라마 OST에 있습니다. 그룹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오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일본의 록밴드 레미오로멘(レミオロメン)의 ‘3월 9일’이란 노래 때문이죠. 드라마 상에서 주인공 아야가 학교 생활 마지막을 합창 대회로 마무리하게 되는데 이 때 합창곡으로 쓰인 곡이 ‘3월 9일’입니다. 이 노래는 일본에서 졸업송으로, 3월 졸업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울려퍼지는 곡입니다. 레미오로멘은 그 해 <1리터의 눈물> OST 삽입된 ‘3월 9일’ ‘코나유키(粉雪.가랑눈)’가 빅히트하며 8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아야 역할을 맡은 사와지리 에리카(?尻エリカ)는 <1리터의 눈물>에서 빼어난 연기를 펼치며 빅스타로 급부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영화 <클로즈드 노트> 기자회견에서 일명 *’베쯔니 사건’으로 방송가에서 퇴출되며 배우로서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사와지리 에리카는 드라마 <퍼스트 클래스>로 재기에 성공, 지난해에는 게츠구 <어서오세요, 우리집에>에 캐스팅되며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의 아이바 마사키(相葉雅紀)와 연기 호흡을 맞췄습니다.

원작에는 없던 주인공 아야의 연애 상대로 일본의 청춘스타 니시키도 료(錦?亮)도 출연했지요. 이 배역은 사실 실제 주인공의 어머니가 후지TV에 요청해서 생겨난 배역입니다. 실제로 아야는 연애를 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떳기에 드라마상에서라도 사랑을 하길 바랬던 어머니의 바람을 후지TV가 각본을 수정하면서까지 반영해 준 결과이지요.

니시키도 료는 아라가키 유이(新垣結衣)와의 열애설로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는 <1리터의 눈물> 이후 <라스트 프렌즈> <유성의 인연> <전개걸> 등이 연달아 히트를 하며 청춘 스타로 우뚝섰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은 아라가키 유이와 함께 작품한 <전개걸>, 일본의 인기 시나리오 작가인 쿠도 칸쿠로(宮藤官九?)의 드라마 <미안해 청춘!>이 기억에 남네요.

최근 필자가 일본의 힐링영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지요. 힐링영화처럼 마음의 평화를 느끼진 못하지만 <1리터의 눈물>은 함께 아파하며 성장해 나가는 또다른 느낌의 휴먼드라마입니다. 불행은 불현듯 찾아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우리네 인생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베쯔니 사건
2007년 <클로즈드 노트> 영화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사와지리 에리카가 기자들의 질문에 팔짱을 낀채 성의없이 대답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입니다. ‘베쯔니’는 한국어로 해석하면 ‘그다지, 별로’란 뜻이지요.?당시 기자들이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이 있었다면?” 이라고 물으니, 사와지리 에리카는 “특별히 없습니다” 등 시종일관 ‘베쯔니’로 일관하며 건방을 떨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녀는 건방진 이미지로 낙인찍히며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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