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당신의 추석 연휴를 책임질 일본영화 ① ‘아버지와 이토씨’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이제 곧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은 열흘이나 될 정도로 연휴가 길지요. 일본도 4월 말의 골든위크와 9월 가을연휴라 불리는 실버위크가 있습니다. 일본의 골든위크는 5월초까지 일주일 정도 연휴가 이어집니다. 보통의 일본 직장인들은 이 기간에 해외여행을 선호하며, 특히 가까운 한국을 많이 찾는 편이지요. 곧이어 다가올 일본의 실버위크 동안엔 이보다 짧은 3~5일 정도의 연휴가 이어집니다. 독자분들은 이번 연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는 추석연휴 기간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일본영화 3편을 3회에 걸쳐 소개해 드립니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은 물론, 고향에 가지 못하시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이토씨와 아야씨 부녀의 기묘한 동거
올해 4월 우에노 주리의 영화 한편이 오랜만에 한국에서 개봉했습니다. 한효주 주연의 한국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한 이후 2년만에 한국의 관객들과 만난 셈이지요. 우에노 주리, 릴리 프랭키, 후지 타츠야 주연의 <아버지와 이토씨>는 일본 현지에서 작년 10월 개봉해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우에노 주리의 결혼 이후 첫 복귀작이라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요.
<아버지와 이토씨>는 일본의 희곡작가 나카자와 히나코의 첫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작년 5월 책으로 먼저 출간되어 큰 인기를 누렸지요. 일본의 차세대 여자 감독으로 유망한 타나카 유키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소설의 탄탄한 스토리를 아주 맛깔스럽게 스크린으로 옮겨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34살의 아야(우에노 주리 분)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냅니다. 그녀에겐 20살 연상의 남자친구이자 동거인 이토(릴리 프랭키)씨가 있지요. 이토의 직업 또한 그리 변변치 않습니다. 근처 학교에서 급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 앞에 조그마한 정원을 만들어 꽃이나 채소를 키우는 게 소일거리인 한량 같은 남자입니다.
평화스러운 나날이 이어지던 중 아야의 오빠와 함께 살던 아버지(후지 타츠야)가 아야의 집에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당분간 아야의 집에서 지내겠다는 막무가내 아버지에 그녀는 당혹해 하지만 이토씨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를 담은 이 영화는 아버지와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끔 합니다. 여주인공과 아버지는 매사에 티격태격이지만 우리의 이토씨는 둘 사이를 잘 중재하며 그녀의 변화를 이끌지요.
작품을 보기 이전에는 우에노 주리의 단독 주연 영화로만 여길 수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이토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의 존재감도 그만큼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입니다. 편안하고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 주조연으로 빠지지 않고 출연한 배우이지요.
할리우드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앤 해서웨이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이토씨>의 이토씨 또한 여주인공에게 따뜻한 조언과 편안한 안식을 아낌없이 내어주지요. 우리네 삶에서도 때론 가족 간의 따끔한 충고도 좋지만, 때론 서로간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