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당신의 추석 연휴를 책임질 일본영화 ② ‘더모히칸 컴즈 홈’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이제 곧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은 열흘이나 될 정도로 연휴가 길지요. 일본도 4월 말의 골든위크와 9월 가을연휴라 불리는 실버위크가 있습니다. 일본의 골든위크는 5월초까지 일주일 정도 연휴가 이어집니다. 보통의 일본 직장인들은 이 기간에 해외여행을 선호하며, 특히 가까운 한국을 많이 찾는 편이지요. 곧이어 다가올 일본의 실버위크 동안엔 이보다 짧은 3~5일 정도의 연휴가 이어집니다. 독자분들은 이번 연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는 추석연휴 기간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일본영화 3편을 3회에 걸쳐 소개해 드립니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은 물론, 고향에 가지 못하시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아버지와 이토씨>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였다면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더모히칸 컴즈 홈>은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입니다. <남극의 쉐프> <딱따구리와 비> 등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백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때로는 실소를 터트리는 기발한 연출을 선보입니다. 그는 인간관계를 굉장히 디테일하면서 친밀하게 그려내는데도 탁월한 감독이지요.
작년 상반기 일본 현지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영화 <배를 엮다>로 37회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연기파 배우 마츠다 류헤이와 <쉘 위 댄스> <으랏차차 스모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에모토 아키라, AKB48의 전 멤버 마에다 아츠코, 일본 20대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치바 유다이가 열연을 펼쳤습니다.
도쿄에서 활동 중인 무명 메탈밴드의 보컬리스트 에이키치(마츠다 류헤이 분)는 모히칸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는 연인 유카(마에다 아츠코 분)가 임신한 것을 계기로 히로시마의 고향섬을 7년 만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 에이키치를 못마땅히 여기던 고집불통의 아버지(에모토 아키라)는 한편으론 기뻐하면서 섬마을 사람과 함께 결혼 축하연을 엽니다. 하지만 축하연 후 쓰러진 아버지는 암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됩니다.
아버지 문제로 고민하던 에이키치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스토리상 이 작품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력적인 반전이 숨어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지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지닌 저마다의 확고한 개성 위에 히로시마 사투리가 더해지며 관객들의 웃음샘을 자극합니다.
자식들에게 완고한 고집불통 애주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닮아 황소고집인 우리의 주인공. 일본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카프의 열혈 팬인 어머니. 엉뚱한데다 도무지 눈치라곤 없는 남동생. 친화력은 좋지만 형편없는 요리실력을 가진 그의 연인. 이들의 일상생활을 즐기다 보면 영화는 어느 샌가 종착점에 들어섭니다.
아들에게 따뜻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으시는 잔소리꾼에다 고집불통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닮아 역시나 퉁명스럽게 아버지를 대하는 주인공.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매일 그런 날이 지속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피자가 배달되지 않는 고향 섬에 어떻게든 아버지가 먹고 싶어하는 피자를 배달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전화를 하거나, 아버지가 좋아하는 연예인 분장을 하는 등 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가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를 향한 애정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