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힐링영화 특선 ① ‘바닷마을 다이어리’ ‘우드잡’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판타지 , 학원물, 공포 영화 등이 강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장르를 지정하기 어렵지만 일상을 담백히 표현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직업·가족·음식 등을 주로 다루며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위 ‘힐링 영화’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야마다 요지(山田洋次), 오키타 슈이치(沖田修一), 야구치 시노부(矢口史靖), 야마시타 노부히로(山下敦弘), 이시이 유야(石井裕也) 등 휴먼드라마를 지향하는 감독들이 일본식 힐링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활발히 활동중입니다.
상기 감독들의 연출작을 중심으로 일본 힐링영화 대표작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이 작품은 필자가 선정한 힐링 영화 중 가장 최신 영화로 작년에 일본에서 개봉해 현재 한국에서도 상영중인 영화입니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연 나가사와 마사미가 작년에 방한해 주목을 끌었으며 68회 칸영화제에도 출품됐던 작품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영화제에 5편의 영화를 출품했으며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었죠.
칸이 사랑하는 일본의 대표 감독이자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 배우들이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감독으로 항상 첫 손에 꼽힙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영상에 담기 위해 촬영 분위기에 따라 대본이나 일정을 바꾼다고 하지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포함해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그의 대표작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애’가 영화의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가족애란 단어가 상징하듯,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따뜻함이 묻어나지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역시 세 자매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통해 알게된 이복 여동생과 한 집에 살게 되면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수채화처럼 담백히 그립니다. 이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연출하게 위해 반전이나 위기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 내내 오직 네 자매의 소소한 일상과 대화만이 있을 뿐이지요. 시간이 흘러가듯,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어느샌가 네 자매는 가족이 되어 갑니다.
요시다 아키미의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기도 했던 작은 바닷마을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일본 대표 여배우인 아야세 하루카(綾?はるか), 나가사와 마사미(長澤まさみ), 카호(夏帆), 히로세 스즈(??すず)가 스크린을 채웁니다. 반짝이는 바닷가와 이쁜 여배우들이 나오다 보니 이 영화의 영상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지요. 네 명의 배우들중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으며 그들의 역할도 적절히 분배가 되어있습니다. 카세 료(加?亮)와 키키 키린(樹木希林)이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도 재밌는 볼거리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할머니의 매실주, 아버지가 자주 해주던 잔멸치 덮밥과 토스트, 어머니의 특기인 어묵 카레 등 음식이란 소재를 가족과 연결시켰다는 점이지요.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 가족이 함께 나누던 음식’이라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관객들에게 보다 깊은 여운이 남는 것도 이 덕분이겠지요.
이 글을 쓰면서 필자도 3년전에 가마쿠라를 갔을때 왜 잔멸치 덮밥을 먹어보지 못했는지 후회하면서도 한편으론 따뜻한 집밥과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워 졌습니다. 추운 겨울 집밥과 가족이 그리운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우드잡(ウッジョブ)
이시이 유야 감독의 영화 <행복한 사전>이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진중하게 풀어 가는 작품이라면 반대로 <우드잡>은 이를 유쾌하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 <해피 플라이트> 등을 연출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일본 휴먼 코미디의 거장으로 <우드잡> 역시 휴먼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남고생들의 수중발레 코미디 <워터 보이즈>, 여고생들의 스윙밴드 도전기를 다룬 <스윙걸즈>, 승무원들의 리얼 비행 버라이어티 코미디 <해피 플라이트>, 인간적(?)인 로봇 제작 이야기 <로봇G> 등 독특한 소재를 평범한 일상에 버무려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타고난 연출가입니다.
2014년에 개봉한 <우드잡>은 오리지널 각본만으로 영화를 만든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처음으로 소설을 영화화 작품으로 미우라 시온의 청춘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이 작품은 임업(林業)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요. 평소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나무 이야기와 자연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울창한 숲이 자랑하는 빼어난 경관까지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아울러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영화 곳곳에 이른바 ‘병맛 코미디’ 요소를 설치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대학교 낙방 후 아무 생각없이 살던 한 청년이 우연히 산림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산 사나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우드잡>은 일본의 떠오르는 청춘스타 쇼메타니 쇼타(染谷?太)가 주연을 맡았으며 구수한 일본 사투리 연기로 열연한 나가사와 마사미, 이토 히데아키(伊藤英明)가 공연했습니다.
아무래도 임업이 다소 특이한 소재이다 보니 영화 촬영 동안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쇼메타니 쇼타와 이토 히데아키는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극중 나무를 자르는 신이 있는데 철저한 사전 연습을 통해 직접 잘랐다”며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를 자를때의 긴장감은 느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라고 말했네요. 또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실제 촬영지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깊은 산골이었으며 산에선 날씨 변덕이 심해 일정대로 촬영이 진행된적이 거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100년 넘게 기른 나무를 팔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눈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한 명장면이지요.
“뭐하러 이런 고물차를 몰아요? 우리 산에 있는 나무 다 잘라서 팔고 벤츠 삽시다! 벤츠!”
“이 바보야, 우리가 그걸 다 팔아버리면 우리 다음 세대는 뭐 먹고 살라는 거야? 우리는 할아버지 세대부터 기른 나무를 팔고 우리가 기른 나무는 손자들 세대에 가야 결과를 알수가 있어. 임업이란게 그런거야”
사람과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드잡>으로 지친 마음을 유쾌하게 달래 보시길 바랍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