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겨울 바다·삶은 계란의 추억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년 개봉한 일본 영화
2003년 개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일본 연예계가 국민그룹 SMAP의 해체설로 떠들썩합니다. 소속사 쟈니스는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SMAP의 해체에 대한 논의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필자 또한 이 이슈를 다룰 생각이나 SMAP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지인들에게 가끔 일본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좋은 작품이 많지만 주저없이 추천하는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입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국내팬들에겐 ‘히로스에 료코(?末?子)’ 주연의 영화 <비밀>과 함께 레전드 격으로 회자되는 작품이지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에선 2003년에 개봉했으며 국내에는 다음해인 2004년에 개봉했습니다.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田?聖子)가 1984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이 원작으로 <메종 드 히미코> <환생> 등을 연출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누도 잇신(犬童一心) 감독이 연출하고,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와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가 열연한 작품입니다.

'조제'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조제’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하고 화려한 사랑 얘기가 아닌 우리네 평범한 사랑 얘기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보통의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이 싹트고 뜨겁게 사랑하다 어느 순간 사랑이 식어버리고 결국엔 이별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냈습니다.

여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가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란 다소 특이한 설정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이들의 사랑도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한번쯤 겪었던 사랑과 크게 다를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이별한 후 오열하는 장면에서 그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곤 하죠.

이 작품에선 유독 정지된 화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마치 필름 카메라로 찍은듯한 영상은 추억의 사진첩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주며 우리 가슴 한켠에 묻어둔 애틋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음악 얘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츠네오가 이별 후 우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경음악 ‘別れ(이별)’과 조제가 부엌에서 ‘쿵’하고 떨어지며 엔딩크레딧과 함께 들려오는 ‘ハイウエイ(하이웨이)’는 보고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 곡들은 국내팬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인기 OST로 남아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조제역을 맡은 이케와키 치즈루는 이 작품을 통해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 이미지를 완전히 굳히게 됩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조연 가릴것 없이 다방면으로 출연한 그녀는 최근 몇년간 <그곳에서만 빛난다> <너는 착한 아이> 등 영화에서만 얼굴을 비추다 올해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케와키 치즈루는 지난 5일부터 방영중인 1분기 NHK 드라마 <칫솔/여자친구>에서 우치다 유키(?田有紀)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특유의 심리 서스펜스물로 예상외의 전개를 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꽃미남 배우에서 이젠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일본의 웬만한 여배우들이 꼭 거쳐가는 배우로 알려질 만큼 다작한 배우입니다. 영화 <워터 보이즈> <눈물이 주룩주룩> <도쿄 가족>, 드라마 <런치의 여왕> <오렌지 데이즈> <슬로우 댄스> <젊은이들> 등 히트작도 다양합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영화 <보트>에서 하정우와 함께 공동주연으로 연기한 적도 있지요.

또한 최근에는 세계적 거장 허우 샤오시엔이 8년만에 복귀하는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에서 중국 배우 서기, 장첸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 2월에 개봉될 예정이지요. 아울러 9월 개봉예정인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분노>에서도?와타나베 켄(渡?謙)과 공연했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탑배우로 성장한 우에노 주리(上野樹里)의 앳된 모습도 덤으로 볼 수 있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보고 나면 ‘삶은 계란’이 웬지 먹고 싶어집니다. 어릴적 여행갈때 기차안이나 차안에서 즐겨먹던 삶은 계란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있듯이, 이 영화도 우리 가슴속 추억 한켠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삶은 계란과 겨울 바다가 그립거나, 추운 겨울 애틋한 감성에 젖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냥이아빠가 생각하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중 명대사
조제 “삶은 계란 먹을래?”
츠네오 “뭐하러 삶아 왔어?”
조제 “여행의 필수품이니까”
츠네오 “그런가?”
조제 “할머니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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