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아빠의 일본 엔타메]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아리무라 카스미·코라 켄고의 감성멜로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1분기 영화 기대작에 이어 이번엔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전 방송사가 각 분기별 스케쥴에 맞춰 드라마를 편성·방영합니다. NHK의 대하드라마와 아침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모두 분기별 10부작 이내로 제작되지요. 최근 국내 케이블채널에서 시즌제로 드라마 제작이 많이 되는데 이는 일본 드라마 제작방식과 유사합니다. 드라마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일단 드라마 호흡이 짧기 때문에 국내와는 달리 주 1회 방영이 되며 각 요일별로 드라마가 나뉘게 되지요. 각 방송사별로 강세인 요일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일본의 드라마 메뉴얼은 오랜기간 다져진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드라마는 ‘게츠구’라고 불리는 후지TV가 전통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일요드라마는 <한자와나오키> <변두리로켓> 등이 방영된 ‘일요극장’ TBS가 강세입니다.
이번회는 일본 드라마 대표 컨텐츠라 불리는 게츠구 드라마를 소개할까 합니다. 게츠구를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月9’가 되며 월요일(げつようび, 게츠요우비) 저녁 9시(くじ, 쿠지)에 방송되는 드라마를 줄인 표현입니다. 지금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예전에 일본 드라마하면 ‘후지TV 드라마’일 정도로 히트작 상당수가 후지TV에서 제작되었으며 특히 게츠구는 그들의 자존심과 같은 작품들이지요.
<도쿄 러브스토리> <101번째 프로포즈> <롱베이케이션> <비치보이즈> <속도위반 결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히어로> <프라이드> <노다메 칸타빌레> <갈릴레오> <프로포즈 대작전> 등 한국 팬들도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히트작들이 게츠구?명작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탑배우인 SMAP의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 주연작이 상당수며, 그는 게츠구를 통해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게츠구는 예전의 명성을 잃은 모양새입니다. 시청률 15%를 넘기지 못하는 드라마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최근에는 10% 초반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지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TV드라마 시청률이 점차 침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울러 WOWWOW 등 케이블 채널의 득세와, 굳이 본방을 보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다운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이 게츠구 약세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점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요.
게츠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일본 연예계내에서 게츠구의 상징성은 아직도 큽니다. 게츠구의 주연 배우는 소위 잘나가는 배우만이 꿰찰 수 있으며 배우들은 게츠구에 출연하는 것을 여전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게츠구 드라마는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 코라 켄고(高良健吾) 주연의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입니다. <최고의 이혼> <그래도, 살아간다> <마더>를 집필한 사카모토 유지(坂元裕二)가 각본을 맡아 화제지요.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회파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도쿄 러브스토리> 등 로맨스물을 주로 썼지만, 2007년 드라마 <우리들의 교과서>의 왕따 현상을 기점으로 사회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게츠구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는 현재 일본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일과 사랑,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도쿄의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블랙기업’에 대한 비판의식도 함께 담겨져 있지요.
2화에서 주인공 오토(아리무라 카스미 분)는 계속된 시간외 잔업으로 노동착취를 당하고 렌(코라 켄고 분) 역시 직장내 집단따돌림으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착취가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에 대해 작가는 경고의 메세지를 던집니다.
부모없이 자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오토와 렌은 우연하게 만나 각자의 꿈을 가지고 도쿄에 상경, 열악한 노동 환경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버티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코 버리지 못하는 꿈을 그린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다소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요. <그래도, 살아간다>?같이?너무 어둡진 않으나, 어느정도 무거운 현실을 담고 있기에 우울한 분위기가 묻어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일본판 감성멜로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드네요.
지난해 <비리갸루> <스트롭에지>의 빅히트로 일본의 대세배우로 자리매김한 여배우 아리무라 카스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고 볼 수 있지요. 그녀는 3월과 4월에 각각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 <아이 엠 어 히어로>로 스크린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코라 켄고 역시 우수에 가득찬 슬픈 눈빛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 나가고 있지요. 지난해 일본 문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그의 출연작 <너는 착한 아이>가 2015년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한국에서도 3월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코라 켄고의 한국팬들에겐 희소식이네요.
*블랙기업
일본 청년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과 기업행태를 지적한 신조어로, 2013년 <블랙기업-일본을 먹어 치우는 괴물>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곤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단어입니다. 저자는 블랙기업에 대해 ‘법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한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곧 노동 착취가 일상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오직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강요해 노동착취를 조직적으로 행하는 기업들을 블랙 기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주제가 ‘내일에의 편지(明日への手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