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안녕이 참 많군요 안녕이란 말이 참 무서워지는군요 가면 갈수록 사랑이 오기보다 이별이 더 많이 걸어오는군요 나이가 드니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군요 가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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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장마비 내리는 밤’ 최다원
모두가 잠든 까만 밤 구성진 장마비가 어둠을 채운다 희미한 가로등의 눈썹 끝에 매달린 물방울 부풀어 오른 비만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산산이 부셔진다 반쯤 열려진 창가에
[오늘의 시] ‘가벼운 슬픔’ 정연복 “천원이면 해결되는 내 생의 슬픔”
이틀이나 사흘 걸러 늦은 밤 막걸리를 마십니다 뽕짝 테이프를 들으며 쉬엄쉬엄 마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빛 술병에 담긴 750밀리리터 서울 막걸리 한 병이 동날 무렵이면 약간
[오늘의 시] ‘고 짧은 동안에’ 공재동 “장맛비 그치고 잠시”
장맛비 그치고 잠시 햇살이 빛나는 동안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잎사귀에 고인 빗물을 쓸어내리고 새들은 포르르 몸을 떨며 젖은 날개를 말린다. 해님이 구름 사이로 반짝 얼굴
[오늘의 시] ‘단오날 감회'(端午日有感) 정도전
野父田翁勤酒頻(야부전옹근주빈) 謂言今日是良辰(위언금일시양진) 頻然醉臥茅簷下(빈연취와모첨하) 還愧醒吟澤畔人(환괴성음택반인) 시골 한 노인 내게 다가와 술 권하면서 오늘은 단오, 좋은 날이라 일러 주네 한잔 두잔 만취해 띠집에 누웠다가 깨어나 둘러보니 아뿔사
[오늘의 시] ‘감자떡’ 이상국 “하지가 지나면 성한 감자는 장에 나가고”
하지가 지나면 성한 감자는 장에 나가고 다치고 못난 것들은 독에 들어가 가을까지 몸을 썩혔다 헌 옷 벗듯 껍질을 벗고 물에 수십번 육신을 씻고 나서야 그들은
[오늘의 시] ‘꽃이 온다’ 박노해
날이 가물어 땅이 마른다 나도 마른다 코로나 검은 손에 만남도 가물어지고 살림도 말라간다 한줄기 단비가 오시고 서늘한 밤비가 내리자 6월의 귀인이 걸어온다 꽃이 온다 꽃이
[오늘의 시]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오늘의 시] ‘행복해진다는 것’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가지 의무뿐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오늘의 시] ‘진보한 세대 앞에 머리를 숙여라’ 박노해
여린 새싹 앞에서 허리를 숙인다 눈부신 신록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진보한 젊은이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내 가난한 젊은 날은 이렇게 살았다고 총칼 앞에 온몸을 던져
[오늘의 시] ‘첫마음을 가졌는가’ 박노해
첫인상을 남길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사랑의 떨림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마음을 새길 시기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좌우되지 않고
[오늘의 시]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낙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오늘의 시] ‘서대문 사거리 우체통의 소식’ 장재선
전하기에 안 된 소식이지만 저의 몸이 늙어 며칠 전에 담은 사연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사철 내내 풍성했던 이 야기를 이젠 쉬는 적이 많답니다. 길 건너
[오늘의 시] ‘유월’ 이상국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銀魚)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부처님오신날 오늘의 시] ‘돈오돈수頓悟頓修’ 홍사성
-설악산 무산스님 설법 설사 틀린 말 해도 참고 들어줄 것 웬만한 잘못은 눈 감고 넘어갈 것 싫어할 것 같으면 빨리 입 다물 것 따져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