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뒤를 돌아보면서’ 박노해

나그네

나이가 드니 안녕이 참 많군요
안녕이란 말이 참 무서워지는군요

가면 갈수록 사랑이 오기보다
이별이 더 많이 걸어오는군요

나이가 드니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군요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때도
뒤를 돌아보면서 앞을 바라보는군요

그대와 나,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뒤돌아봐요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넘었어요
나와 함께 걸으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게 보기 좋았어요

그때도 그랬듯 난 특별히 해줄 게 없네요
나에겐 그래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어,
생을 건 약속이 하나 있어 앞을 바라봅니다

뒤를 돌아보면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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