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꽃이 온다’ 박노해
날이 가물어
땅이 마른다
나도 마른다
코로나 검은 손에
만남도 가물어지고
살림도 말라간다
한줄기 단비가 오시고
서늘한 밤비가 내리자
6월의 귀인이 걸어온다
꽃이 온다 꽃이 와
수국 수국 꽃이 온다
백합 백합 꽃이 온다
접시 접시 꽃이 온다
수심 어린 얼굴마다
마스크를 뚫고서도
꽃이 와라 꽃이 와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좋은 날도 예뻤지만
힘든 날엔 더 아름다웠지
꽃이 필 때도 멋있지만
꽃심 밀어올릴 때도 눈부셨지
꽃이 온다 꽃이 와
수국 수국 꽃이 온다
망울 망울 밀어 온다
두근 두근 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