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다 다르다’ 박노해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뭣이여? 일 더하기 일이 둘이지 하나여?
선생의 고성에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제가요, 아까 학교 옴시롱 본깨요
토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또르르르 굴러서요
하나의 물방울이 되던디라, 나가 봤당깨요
선생님요, 일 더하기 일은요 셋이지라
우리 누나가 시집가서 집에 왔는디라
딸을 나서 누님네가 셋이 되었는디요
아이들이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으로 손바닥에 불이 나게 맞았다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손바닥을 어루만졌다
어쩌까이, 많이 아프제이, 선생님이 진짜 웃긴다이
일 더하기 일이 왜 둘뿐이라는 거제?
일곱인디, 우리 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응께
나가 분명히 봐부렀는디
쇠죽 끓이면서 장작 한 개 두 개 넣어봐
재가 돼서 없어징께 영도 되는 거제
그날 이후, 나는 산수가 딱 싫어졌다
모든 아이들과 사람들이 한줄 숫자로 세워져
글로벌 카스트의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에
나는 단호히 돌아서서 말하리라
삶은 숫자가 아니라고
행복은 다 다르다고
사람은 다 달라서 존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