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어머니가 그랬다’ 박노해 “남들 안 하려 해도 중헌 일 안 있것는가”
상고 야간부를 겨우 졸업하고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날
찬 셋방에서 가슴 졸이던 어머니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다
네가 네 돈 주고 사람 뽑으라면
명문대생 뽑제 널 뽑을 것이냐
그이들이 한 번에 알아볼 사람이면
흔한 회사원이지 어디 인물이것냐
두 번 세 번 떨어지는 게 일이 될 때쯤
아들, 그만 하시제, 헛심쓰다 헐해징께
남들 다 좋아하는 일 하려 들지 마시고
남들 안 하려 해도 중헌 일 안 있것는가
나는 그 길로 공장 밑바닥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내 생의 소명도 시도 사랑도 인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