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홍수가 쓸고 간 학교’ 박노해
마을에 큰 홍수가 있었다
아직 다 복구하지 못한 학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한다
무슨 사연일까,
자꾸만 문밖을 바라보는 소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고 만 걸까
오지 못한 짝꿍을 떠올리는 걸까
죽은 자들이 그립고 아파와도
소녀는 눈물을 삼키며 앞을 바라본다
그저 고개 들어 앞을 바라보는 것이
필사적인 투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소녀가 한번 맑게 웃는다
장하다 고맙다
돌아서는 나는 자꾸만 눈이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