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진보한 세대 앞에 머리를 숙여라’ 박노해

여린 새싹 앞에서 허리를 숙인다
눈부신 신록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진보한 젊은이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내 가난한 젊은 날은 이렇게 살았다고
총칼 앞에 온몸을 던져 불처럼 살았다고
곧은 목으로 그들을 가로막지 마라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풍요는 총칼보다 더 영혼을 상하게 하고
자유는 감옥보다 더 젊음을 구속하고 있으니

이념도 없고 동지도 없고 명예도 없이
자신과 싸워 이겨 자신을 버린 그 힘으로
새롭게 진보하는 젊은 영혼 앞에 머리를 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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