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사는 일’?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산티아고, 길은 어디선가 끝이 있다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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