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벼운 슬픔’ 정연복 “천원이면 해결되는 내 생의 슬픔”

천원의 행복

이틀이나 사흘 걸러
늦은 밤 막걸리를 마십니다

뽕짝 테이프를 들으며
쉬엄쉬엄 마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빛 술병에 담긴

750밀리리터
서울 막걸리 한 병이
동날 무렵이면

약간 취기가 돌며
스르르 삶의
긴장이 풀립니다

가슴 짓누르던
근심과 불안의
그늘이 옅어집니다

달랑 천 원이면 해결되는
내 생의 슬픔입니다.
이렇듯 나의 슬픔은
참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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