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없는 장미는 장미가 아니다 동그라미 탁자 위 유리꽃병 속에서도 모진바람 불어 지난담벼락 밑에서도 너의 모습 변함없이 두 눈이 시리도록 매혹적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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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어느 엄마의 편지’ 장재선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키운다고 제 아버지가 저에게 침을 뱉을 때도 울지 않았습니다만, 얼굴도 모르는 분이 선물로 보내온 아기 속옷을 보고 울었습니다. 아기 내의를 싸게 사
[오늘의 시] ‘어머님 은혜’ 윤춘병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넓고 넓은 바다라고
[오늘의 시] ‘다 다르다’ 박노해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오늘의 시] ‘봄날’ 김용택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오늘의 시] ‘입하’ 홍사성 “기다린 내 사랑도 이제부터 시작”
여름날 무더위는 오늘부터 시작 숲속 나뭇잎들 더 짙푸르기 시작 아까시꽃 향기에 꿀벌 날기 시작 기다린 내 사랑도 이제부터 시작
[오늘의 시] ‘나의 작은 것들아’ 박노해 “피라미들아 새뱅이들아”
나의 작은 것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산길에는 청설모만 날뛰는데 나의 작은 다람쥐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들꽃에는 말벌들만 설치는데 나의 작은 꿀벌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개울
[오늘의 시] ‘조건’ 박노해···성공과 첫마음
첫마음은 성공을 통해 영글어 가고 성공은 첫마음을 통해 푸르게 빛난다
[오늘의 시] 곡우(穀雨) 정끝별
산안개가 높아지니 벌레가 날아들었다 어치가 자주 울었고 나도 잠시 울었다 빛 짙고 소리 높고 기척 멀어졌다 질 것들 가고 날 것들 오면 잊히기도 하겠다 발
[오늘의 시] ‘진달래’ 이영도···4.19혁명 62돌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 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4.15총선, 오늘의 시] ‘선택의 때가 있다’ 박노해 “사려 깊고 담대하게 “
참고 지켜볼 때가 있고 단칼에 정리할 때가 있다 최선을 추구할 때가 있고 단호히 선택할 때가 있다 선택할 때를 미루지 말자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이고 미루어놓는 것도
[오늘의 시] ‘있는 힘을 다해’ 이광국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늘의 시] ‘어떤 패착’ 권혁소 “한 사나흘 죽었다 깨어났으면 좋겠다”
나이 먹으면 그만큼 시를 잘 쓰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기다린 것, 패착이었다 사랑에는 여유가 생기고 이별에는 무심할 줄 알았다 역시 패착이었다 옛 애인들의
[오늘의 시] ‘똥술’ 법현스님 “술이 아니라 미생발효된 효소인 것이다”
똥술(糞酒) 옛날도 아주 오랜 옛날 맷독(杖毒)에 죽기 코앞이라도 똥술 마시면 낫는다 똥통에 들어가 한 식경 있다 나오면 껍질 벗어지고 살아난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자연 면역력을
[오늘의 시] ‘쌍계사 가는 길’ 홍성란
날 두고 만장일치의 봄 와버렸네 풍진風疹처럼 벌떼처럼 허락도 없이 왔다 가네 꽃 지네 바람 불면 속수무책 데인 가슴 밟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