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곡우(穀雨) 정끝별
산안개가 높아지니 벌레가 날아들었다
어치가 자주 울었고 나도 잠시 울었다
빛 짙고 소리 높고 기척 멀어졌다
질 것들 가고 날 것들 오면 잊히기도 하겠다
발 달린 것들 귀가 쫑긋해지고
발놀림도 분주해져 바깥 기웃대겠다
밥그릇에 밥풀도 잘 달라붙고
꽃가루에 묻어온 천식도 거풍되겠다
계절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다
오는 서쪽 비에 가슴이 먼저 젖었으니
가는 동쪽 비에는 등이 먼저 마르겠다
저물녘이 자주 붉고 달무리도 넓어졌다
이제 젖은 발로 마른 길 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