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어떤 패착’ 권혁소 “한 사나흘 죽었다 깨어났으면 좋겠다”
나이 먹으면 그만큼
시를 잘 쓰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기다린 것,
패착이었다
사랑에는 여유가 생기고
이별에는 무심할 줄 알았다
역시 패착이었다
옛 애인들의 이름도 까먹는,
가능성을 소실하는 세월에 이르러
불멸의 사랑을 꿈꾸다니
시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노동만이 눈부신 겨울이 지고
가소로운 망상 위에 눈이 덮인다
한 사나흘 죽었다 깨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