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똥술’ 법현스님 “술이 아니라 미생발효된 효소인 것이다”

똥술 <사진 다음블로그>

똥술(糞酒)

옛날도
아주 오랜 옛날
맷독(杖毒)에 죽기 코앞이라도
똥술 마시면 낫는다
똥통에 들어가 한 식경 있다 나오면
껍질 벗어지고 살아난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자연 면역력을 가지고 살다가
억울하게 매 맞아 죽도록 아프고
돈이 없어서 치료약 구하기 어려울 때
할 수 없이 썼던 방법이다

좋은 것 많이 먹고
여름에 시원하게 에어컨 켜고
겨울에 팬티 입고 거실 나오는 가스 보일러
발 데게 켜놓고 사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다

본디는 이렇다
뒷간을 크게 만들어
아래에 왕겨나 톱밥을 켜로 쌓고
여섯달 정도 일 본다

왕겨나 톱밥을 켜로 쌓고
1년 된 대나무 마디 양쪽을 넣어서 자른 뒤
썪지 않는 줄로 묶어서 그 위에 놓는다

왕겨나 톱밥을 켜로 쌓고
여섯달 정도 일 본다

줄을 당겨서 통에 구멍을 뚫어서
물, 술을 사기그릇에 부어서 마신다
비밀은 대나무의 삼투성이다
대나무가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 같지만
미세한 물은 통과시키고 발효까지 된다고 한다
실제 술이 아니라 미생발효된 효소인 것이다

맛도 좋고 영양, 치료효과도 좋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호사를 부리는 중국 부자는
톱밥이나 왕겨 대신에 파리날개를 썼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덧붙인다
파리날개를 쌓아놓은 위로 일을 보면
엉덩이에 튀어올라 느끼게 되는
기분 나쁜 일을 겪지 않는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열 내리는데 썼다
인중황(人中黃)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누런 빛을 말한 것 같기도 하지만
유황성분이라는 풀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겨울에 대나무를 자르고
껍질의 푸른 부분을 벗겨야 삼투압도
작용해 똥물이 통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달 정도 넣어두었다 꺼낸다고 한다
이 때는 묶어서 눕히는 것이 아니라
세워둔다고 한다
두 마디 윗쪽에 감초를 넣어두었다가
똥물에 재어진 감초를 꺼내 쓴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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