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요, 우리~!···당근도, 캐모마일도, 구절초도”

당근꽃 <이미지 네이버 블로그 lucky21>

[아시아엔=법현스님, 열린선원 원장] 서울 열린선원은 60년대에 지은 전통시장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시장 공용화장실이 있으나 오후 8시~오전 6시 사이에는 닫아버린다.

첫째 셋째 일요일과 시장 휴일에도 닫는다. 어느 아침 매우 급한 일이 생겼는데 경비아저씨가 시간 멀었으니 공원으로 가라고 버티는 바람에 혼난 적이 있다.

다른 일들도 있었다. 밖에는 주차장이 없다. 매우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도 직분자는 차 가지고 오지 말라는 안내문을 써 놓는 시설도 있는데···.

허리에다 농사짓는다고, 주말농원 빌려서 이것저것 가꾼다. 이력이 조금 붙어서 잘 되고 재미진다. 주로 모종을 심다가 재작년부터 씨앗을 뿌린다.

떨어질 새가 없다.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나누는 것이 꼭 좋기만 하지는 않다. 야채가게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처음으로 당근씨를 뿌렸다. 겨울을 지나더니 싹이 수북하게 올라왔다. 한참을 지나도 뿌리가 클 것 같지 않아 아깝지만 다 뽑아버렸다. 여러 줄기가 모인 것이 있어서 그냥 뽑아서 밭 가장자리에다 두었다.

그런데 참 이쁜 꽃들이 피어났다. 당근을 처음 가꿔서 당근꽃인 줄로 알고 밴드에 꽃 이름 아느냐고 물었다.

웬걸? 캐모마일,구절초 등 뜻밖의 이름들이 나왔다. 아차 싶어서 검색하니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당근꽃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잘 검색해보니 캐모마일꽃과 비슷하지만 또 달랐다. 나중에 보니 인터넷의 캐모마일은 조금 늦게 찍어 올린 것이어서 꽃잎만 있는 가냘픈 모습이 아니어서 그리 느꼈다. 뒤에 보니 꽃술들이 도톰하게 올라와 캐모마일인 것이 느껴졌다.

여유 땅이 있어서 두었더니 알게 된 것이다. 궁금하기는 그 씨앗들이 어디서 왔는지다. 바람에 날려서 왔는지, 당근씨에 섞여있었는지 모르겠다. 모른들 어떠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묘하다. 묘하게 아름답다.

서로 다른 생각에 다툼이 많은 시절이라 아쉬운 느낌이 있는데 캐모마일 꽃으로 작은 미소라도 지어보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요, 우리!”

정호승 시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꽃이
물을 만나
물의 꽃이 되듯

물이
꽃을 만나
꽃의 물이 되듯

(중략)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내가 되듯

당신이
나를 만나
나의 당신이 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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