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성당을 박물관으로 만들다니···에르도안 정부의 이상한 결정
[아시아엔=법현 열린선원 스님] 소피아 성당을 처음 가 본 2005년도 6월 10일쯤 초등학교 동창을 거기서 반갑게 만났다. 반가운 인사 나눈 것을 끝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일정이어서 아쉬웠지만 그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터키를 가게 된 것은 이스탄불문화원과 귤렌재단을 통해서였다. 9.11테러가 일어난 뒤 지구촌 가족들이 이슬람을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종교대화세미나를 열었다.
한국 종교인은 필자 혼자 참석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200여명의 이웃종교인들이 진지한 대화와 퍼포먼스를 이틀에 걸쳐 이어갔다.
나는 그때 한국대표로 참석해서 종교대화의 필요성을 연설하고 대화했다. 이른바 ‘방울물 이론’이었다.
모스크바강을 유람선으로 둘러보고 시내를 관광한 뒤 이스탄불로 건너갔다. 순례한 곳 가운데 하나가 성 소피아성당이다.
콘스탄티누스황제가 세우고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황제가 재건한 지혜의 성당이다. 1만명의 인부가 5년 11개월 10일 만에 완성하였다. 537년 성탄절에 헌당한 동방교회 비잔틴 양식이다.
무슬림이 정복하고 성당 내부 프레스코 벽 아이콘 위에 이슬람 문양을 덧칠했다. 종교의 개념차이가 빚어낸 것이다. 이슬람은 조각이나 그림으로 성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덧칠을 한 것이다.
그런데 터키정부가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국가를 운영하기에 지구촌 가족들을 위해 그리스도교 성화를 복원하고 있었다. 박물관이라는 기능성에 그리스도교를 넣어서 이슬람시대에 덧칠한 것들을 벗겨내고 성화를 복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소피아성당을 방문했던 개신교 목사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 터키정부에서 성화를 벗겨내는 중이라 들어서 매우 슬펐다는 것이다.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구촌 가족들이 그렇게 많이 ‘머니’를 들고 오는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 혹시 선교사가 가이드 했어요?” 내 이야기를 듣고 여러 곳에 알아보더니 “스님 말씀이 맞네요. 큰 일이네요. 선교사들이 왜곡시켜서 큰 일이네요”라고 했다.
그 말 끝에 이스탄불 전통 시장인 그랜드바자르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종업원 하나가 한국에서 왔다는 나의 말을 듣더니 “왜 그렇게 한국 선교사들이 나쁜 짓을 많이 하느냐”고 물었다. 속으로는 ‘그러게~~’ 해줄까 하다 “하나님 사랑을 널리 전하려다 그런 것 아니겠냐”고 서툰 영어로 설명했다.
그 직원은 “아무튼 기독교인이 아니라니 반가워서 선물 하나 하겠다”며 터키산 향꽂이를 주어서 가져왔다.
아! 그랬는데..그랬는데 어쩌면 좋은가? 그 선교사의 말이 사실로 되어버렸다. 에르도안 정부에서 모스크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니 복원하던 성화는 어찌할 것인가 걱정이다.
이웃 파키스탄에서 바미안석불을 바주카포로 파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천주교도를 받아줘서 죽임을 당한 역사있는 경기도 광주 천진암 신부의 행태도 오버랩 된다.
은혜를 저버리고 흔적을 지웠을 뿐 아니라 스님을 쫓아내고 사찰을 폐쇄하였으며 역사 사실을 왜곡까지 하였다.
십자군전쟁으로 그리스도교 땅이 되었던 곳이 이슬람나라가 되어 분노를 느낀다고 연설한 개신교인도 떠오른다.
에르도안이 그 선교사 친구였을까? 터키와 이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 보게 하는 나쁜 결정이다. 필요하다면 비슷하게 하나 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