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Author: 홍성란
[시와 음악] ‘소살笑殺’ 홍성란
둘레길 방담에도 웃어넘길 일 있으니 가끔은 그렇게 지고도 이기는 거다 거목은 붙어사는 잎줄기도 그냥 품는다
[시와 음악] ‘방房’ 홍성란
어둠을 지켜본다는 건 어둠을 받아들이는 일 지켜보는 것만으로 어둠은 물리칠 수 있다 아침해 솟아오르자 나는 빛이 되었다 서유석 ‘파란 많은 세상'(원곡 밥 딜런 Blowin in
[오늘의 시] 입동立冬 홍성란
눈이 와도 가려 줄 너랑 쪼그려 앉을까 덤불 찔레 마른 덩굴 휘 늘인 저 지붕 아래 포장집 불빛 같은 열매 오목눈이 보고 간다 *시인의 전자편지
[오늘의 시] ‘곡우穀雨’ 홍성란 “지렁이도 물이 올라”
지렁이도 물이 올라 여린 풀은 머리 빗고 잘 견디었네 고생 많았네 어제보다 의젓하네 온 들녘 물 마시는 소리 가지런한 빗소리
[오늘의 시] ‘쌍계사 가는 길’ 홍성란
날 두고 만장일치의 봄 와버렸네 풍진風疹처럼 벌떼처럼 허락도 없이 왔다 가네 꽃 지네 바람 불면 속수무책 데인 가슴 밟고 가네
[오늘의 시] ‘그 봄’ 홍성란
귀룽나무 벌써 꽃 피었네 하얀색이네 누구 들으라고 혼잣말 하였을까 설레어 촉촉한 가지 바람만이 스치네
[오늘의 시] ‘우산’ 조오현···스님 떠난 두번째 추석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우산이나 하나 들고 나간다. 이 우산도 꿈 이고 저 우산도 꿈이다. 비오는 아침 한 세상이 비를 뿌리고 지 나간다 *
[부처님오신날 오늘의 시] ‘취모검 날 끝에서’ 조오현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 소리 들을라면“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 소리 들을라면 취모검 날 끝에서 그 몇 번은 죽어야 그 물론 손발톱 눈썹도 짓물러 다 빠져야 # 감상노트 터럭을 불어
[오늘의 시] ‘명자꽃’ 홍성란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오늘의 시] ‘진달래꽃’ 홍성란 “몇 번이나 너랑 같이 피는 꽃 보겠느냐”
진달래 피었구나 너랑 보는 진달래 몇 번이나 너랑 같이 피는 꽃 보겠느냐 물떼새 발목 적시러 잔물결 밀려온다
[오늘의 시] ‘결론’ 홍사성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돌아 앉으세요”
어찌해도 안 되면 어찌해야 합니까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돌아 앉으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곧 결론이 날 겁니다 # 감상노트 일본 동경 어디 가서
[오늘의 시] ‘분이네 살구나무’ 정완영 “밤 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감상노트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을 시조의 길로
[오늘의 시] ‘봄이 간다커늘’ 조윤성 “술 싣고 전송 가니 낙화 쌓인 어디 간 곳을 모르겠네”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餞送 가니 낙화 ??난 곳에 간 곳을 모를너니 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더라 – 조윤성(曺允成): 세종연간 승문원 박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오늘의 시] ‘꽃물 편지’ 권영희 “담장 너머 번지는 라일락이고 싶어라”
나도 누군가 한 눈에 읽어주는 한 눈에 읽어주는 편지이고 싶어라 적벽돌 담장 너머 번지는 라일락이고 싶어라 # 감상노트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아기자기하지만 누군가에게 ‘꽃물 편지’를 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