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오늘의 시] ‘취모검 날 끝에서’ 조오현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 소리 들을라면“

2018년 3월 1일 동안거 해제일 백담사에서 조오현 조실스님과 홍성란 시인. 홍성란 시인은 “조실스님 모시고 찍은 마지막 사진”이라고 했다. 광일스님 촬영.

놈이라고 다 중놈이냐
중놈 소리 들을라면

취모검 날 끝에서
그 몇 번은 죽어야

그 물론 손발톱 눈썹도
짓물러 다 빠져야

 

# 감상노트
터럭을 불어 칼날에 스치기만 해도 잘라버리는 명검. 그 취모검(吹毛劍) 날 끝에서 몇 번은 죽어야 중놈소리를 듣는다 했다. <일색변> 연작 가운데 여섯 번째 작품이다. 일색변(一色邊)은 중생과 부처가 일체인 곳이며 차별 상대의 모습을 뛰어넘은 평등 절대의 경지를 말한다는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손발톱 눈썹도 짓물러 다 빠져야 한다니. ‘나’라는 아상(我相), 나를 위하는 이기심, 내가 최고라는 아만(我慢)을 다 끊어내라는 말씀은 아닐까. 방하착(放下著). 두 팔을 내려뜨리듯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 마음. 욕망 집착을 다 끊어낸 무심(無心)에 이르러야 이 중생의 지혜도 열린다는 말씀은 아닐까.(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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