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누이’ 조오현 “오솔길을 탈래탈래 걸어간다”

꽃은 이름이 없어도 이쁘다, 향도 곱다

 

어린 오누이가 오솔길을 탈래탈래 걸어간다

이 마을, 잎겨드랑이에 담홍색으로 핀 꽃 같다

이슬이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에

 

# 감상노트

선화(禪話)라 하였나. 오방색 탱화 같은 짧은 이야기. 어디를 가는 걸까. 힘없이 간들간들. 기쁜 일로 가는 걸까. 탈래탈래 슬픈 일로 가는 걸까. 하얀 저고리 감장 치마. 오라비 뒤를 따라 누굴 만나러 가는 걸까. 밥은 먹고 가는 걸까. 반세기 전쯤 물기 어린 눈으로 토닥여주시던 그 꽃. (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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