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서시’ 최석 “아이들에겐 조국이 없다”

황금빛 태양이 생명의 강을 비춥니다. 석양녘 강은 이별이 아쉬운지 흐느껴 웁니다. 하릴없는 여행자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아이들 눈에는 어떨까요.

톈산은 늘 거기 있었지만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일 년 내내 한텡그리 봉은 흰 눈을 건처럼

두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는 것이 뭔지

고개를 숙인 채 인상만 찡그린다

검색어만으로 접선이 완료되는 인터넷의 대낮에

두고 온 한국의 친인척과 연고가

끊어지고 있는 사이

끊고 있는 사이

딸과 아들은 유창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국적 없는 세계화의 꿈나무로 자라고

노린내 나는 양고기를 주식처럼 좋아한다

불확실한 미래

아이들에겐 조국이 없다

국적조차 모호하다

비닐봉지에 담긴 김치 한 보시기에

쉬어 꼬부라진 향수병이나 도지는

알마티의 저녁

석양은 지평선 끝에 닿지도 않고

장엄하게 벌개지는데

눈만 들면 보이는 텐산의 뭇 봉들이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

*최석 시인의 <톈산 산맥 아래에서> 시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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