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돈 칼럼] 서울대교수 제자 성추행·종교계 부패···도적질에도 도(道)가 있건만

모든 분야 도의 사라져 ‘전전긍긍’ 생존…상류층이 ‘도의사회’ 앞장서야

[아시아엔=민병돈 전 육사교장]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습니까?” 중국 춘추시대의 유명한 흉악범 도척(盜蹠)에게 졸개가 물었다. 도척이 답했다.

“그럼, 있고 말고. 어느 집을 털 것인지 판단하는 것을 지(知)라 한다. 그리고 그 집 담을 넘어 들어갈 때 앞장서는 것을 용(勇)이라 하고, 훔친 재물을 들고 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것을 의(義)라 한다. 또 안전한 곳으로 와서 그 재물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도둑질한 사실을 끝내 발설하지 않는 것을 신(信)이라 한다. 이와 같이 도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라.”

이 이야기는 중국 전국시대 장자(莊子)가 오랜 난리 통에 혼탁한 세태를 개탄하며 지어낸 것으로 이런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가슴에 와닿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도의가 무너진 현상을 보는 안타까움에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에 도의가 없어진다면 이를 인간사회라고 할 수 없다. 장사꾼에게는 상도(商道)가 있고, 공무원에게는 이도(吏道), 군인에게 무사도(武士道·군인정신), 신사에게는 신사도(紳士道), 부녀에게 부도(婦道), 선생님에게 사도(師道)가 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 이런 덕목들은 많이 약화되었다. 도의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구한말 독립군 자금을 조달하고 만주, 러시아 등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실천한 이회영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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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도의가 무너져 무도(無道)한 사회가 되더라도 사도(師道)가 무너지는 것만은 차마 보지 못하겠다. 요즈음 최고학부라는 대학교,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와 일류 사립대에서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한 사건들이 종종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드러날 것 같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대학의 처장, 학장 등 일부 보직교수들이 입학시험 관련 비리나 뇌물수수 등 범법행위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하기야 어디 학원뿐인가? 종교계, 법조계, 중앙행정부처 및 지방행정기관 등에서도 경쟁이나 하듯 불법·비리가 횡행한다고 한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70대 노인이 어린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인 사건도 담담하게 듣고 있는 지경에 와 있다. 우리는 지금 도의가 사라진 사회, 무도한 사회에서 전전긍긍하며 그날그날 생존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생을 운에 맡기고 하루하루 연명해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대로는 안 된다. 모두 대오각성하고 새해부터라도 심기일전하여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를 바꿔나가고 나날이 새로워져야 한다.

일신일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 해야 다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일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이들, 이른바 상류사회 사람들의 책무다. 풍요로운 사회, 도의가 살아있는 사회는 바로 이들이 앞장서서 만드는 것이다. 도의가 살아있지 않은 사회에서는 상류사회 사람들도 안심하고 생을 누릴 수 없다. 이는 명심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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