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돈 칼럼] 군 가혹행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악습이다

[아시아엔=민병돈 전 육사교장] 육군은 6월2일, “지난 4월초 수도권의 한 부대에서 경계근무중이던 A이병이 선임병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수류탄을 터트려 자살을 시도해 수사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A이병은 많은 파편이 몸에 박혀 위중한 상태이지만 간신히 목숨은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에도 때때로 있었다는데 있다. 예를 들면 10년 전인 2005년 6월19일 새벽 2시30분, 전방 GP에 근무하던 한 일등병이 내무반에서 잠자던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후 소총을 난사하고 조금 떨어진 곳의 체력단련장과 상황실로 찾아가서 소대장까지 사살했다. 모두 8명이 죽고 2명이 부상당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거의 모두 고참병들의 신참에 대한 가혹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군에서는 일부 고참들의 횡포 등 악습을 근절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악습은 우리 군의 창군 초기부터 있어 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과거 조선왕조 때도 이러한 신참자 학대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만연하여 이를 신래침학(新來侵虐)이라 했는데 먼저 시집온 손위 동서가 나중에 시집온 손 아래 동서를 괴롭히기도 했다. 특히 기생들의 기방(妓房), 무당 조직인 풍류방(風流房), 죄수들의 감방에서의 신래침학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이는 양반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음을 알 수 있다.

군기가 엄정해야 할 병영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가장 점잖았을 성균관이나 승문원, 예문관 그리고 당상관(堂上官)들 사이에서도 신래침학이 뻔뻔스럽고 음탕하며 잔혹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염치없는 고참들을 기생집에서 거하게 대접하다 가세가 기울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그 폐단을 짐작할 만하다.

조선 선조(宣祖) 때의 대학자이며 정치가인 율곡 이이(栗谷 李珥)가 과거에 급제한 후 승문원에 발령받았으나 거기서 당한 학대에 분노하여 그곳을 박차고 나와 낙향했다. 그리고는 임금께 신래침학의 폐습을 없애야 한다고 소문(疏文)을 올렸고 선조임금 또한 이 악행을 금하도록 분부하였다. 하지만 별 효과도 없이 이 악습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르러 하나의 악전통(惡傳統)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 일부 대학의 하급생 길들이기는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래침학의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이 개명한 사회에서도 이것이 사라질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날 전통사회에서 몰인정하고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나이 들어 시어머니가 된 후 며느리를 맞이하면, 자기가 과거에 당했던 고통을 생각하여 어린 며느리를 감싸주고 친절히 대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심하게 며느리를 구박하고 괴롭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나도 시어머니에게 많이 당했다. 그러니 이제 너도 내 밑에서 한번 당해봐라.” 이런 심리로 며느리를 괴롭힌다. 이를 정신분석학에서는 적대적 동일시(敵對的 同一視, Hostile Identification)라고 하는데 일종의 병리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는 마땅히 치유되어야 하는데도 치유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homo homini lupus)”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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