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돈 칼럼] 이승만 “나의 명령을 따르라”

이승만 대통령 UN군사령부 정지명령에 불복해 단독 북진 명령

“내가 이 나라의 최고 (군)통수권자이니, 나의 명령에 따라 북진을 개시하라. 晩”(晩:만은 이승만의 서명)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현 청와대)로 불러들인 정일권 국군 총사령관에게 품 안에서 꺼내 건네준 명령서의 이 내용은, 북한의 남침으로 38°선이 무너졌으니 이제 우리가 남침한 저들을 응징하며 북진하여 분단된 조국을 통일할 때가 온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의 확고한 “북진통일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는 그 당시 국민일반의 생각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의 과단성 있는 태도는 38°선 이북으로의 진격을 금지한 미국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도 했다. 그의 불만은 9·15 인천상륙과 9·28 서울수복 후 사기충천한 국군과 UN군이 일사천리로 북진을 계속하여 38°선에 다가가자 UN군 총사령부가 모든 부대에 38°선에서 진격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린 데 대한 것이다.

그는 군 수뇌들 앞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맥아더냐 아니면 이 나라 대통령이냐? UN은 우리가 38°선을 넘어 북진하여 국토를 통일할 권리를 제약할 수 없다”고 단독북진 의지를 피력한 다음 군 수뇌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국군 총사령관 정일권 소장이 대답했다.

“국군의 작전지휘권은 이미 (7월14일) 대통령 각하께서 서명하신 문서에 따라 UN군총사령관에게 이양되었으므로 지금 다시 이중으로 명령을 내리시게 되면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북진에 관해서는 UN에서 곧 결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오니 좀 더 형세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 의견은 단지 군사지휘계통을 기준으로 말씀드린 것이고, 대통령 각하께서 국가의 대계로 보아 꼭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명령을 내리신다면 저희들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대통령이 38°선 이북으로의 단독북진 명령서를 정일권 총사령관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 당시(7월14일 이후) 지휘계통상 UN군 총사령관(구체적으로는 맥아더로부터 지휘권을 위임받은 미 제8군사령관)의 지휘 하에서 작전하도록 되어있는 국군 총사령관으로서는, 두 상관의 각기 다른 내용의 명령을 받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정일권 소장은 우선 동부전선의 국군 제1군단장 김백일 소장을 찾아가 의논했다. 그런 다음 묘안을 가지고 미 제8군사령관 워커 중장을 찾아가 협의했다. “동해안을 따라 38°선까지 진격한 국군 제1군단 예하 제3사단이 그곳에서, 바로 코앞에 있는 (38°도선 이북의) 고지로부터 치열한 사격을 받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우선 이 고지를 점령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협의를 끝낸 정일권 총사령관은 다시 국군 제1군단장을 찾아가 공격명령을 하달했다. 그리하여 제1군단 제3사단 제23연대가 마침내 38°선을 넘어 13km 전방의 양양을 향해 적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38°선의 동쪽 끝이 무너지면서 모든 부대들이 경쟁적으로 38°선을 넘어 북으로 북으로 진격, 패주하는 적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했다. 국군이 진격해 들어가는 곳마다 그곳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해 주었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적들은 계속 투항해왔다.

그 후 정부는 국군이 단독으로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한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하여 기념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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